더스틴 니퍼트(34)가 없었다면 두산의 KS 우승은 가능했을까. 두산의 14년 묵은 KS 우승의 한을 '니느님'이 풀었다.
두산은 31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삼성과 한국시리즈(KS) 5차전에서 구원등판, 2⅓이닝 4피안타 무사사구 1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았다. 13-2 대승을 거둔 두산은 시리즈 전적 4승1패로 삼성을 꺾고 KS 우승을 확정지었다.
니퍼트는 9-1로 리드한 7회초 무사 1,3루 위기에서 구원등판했다. 그가 마운드에 오르는 순간 잠실구장이 크게 들끓었다. 이지영을 유격수 땅볼 처리하며 승계주자 1명의 실점을 허락한 니퍼트는 채태인에게 우전 안타, 구자욱에게 좌전 안타를 맞고 만루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배영섭을 2루 직선타, 나바로를 헛스윙 삼진 돌려세우며 더 이상의 실점을 주지 않았다.
8회에는 최형우를 좌익수 뜬공, 박석민을 좌익수 뜬공 처리한 뒤 이승엽에게 좌전 안타를 맞았으나 박한이를 2루 땅볼 잡고 자신의 임무를 다했다. 9회에도 마운드에 올라온 니퍼트는 박해민에게 중전 안타를 맞은 뒤 김재현을 3루 땅볼 처리하며 자신의 임무를 다했다. 총 투구수는 41개. KS 우승 확정과 함께 니퍼트는 마운드로 뛰어들어 동료들과 포옹으로 우승의 기쁨을 나눴다.
니퍼트는 지난 2011년 두산 유니폼을 입고 한국에 왔다. 어느덧 KBO리그 5년차가 된 니퍼트에게 가장 큰 시련은 올 시즌이었다. 어깨와 허벅지 부상으로 두 번이나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되며 두 달 넘게 재활 기간을 가졌다. 정규시즌 20경기 6승5패 평균자책점 5.10에 그쳐 재계약이 어려울 듯 보였다.
하지만 니퍼트에게는 반전의 가을이 기다리고 있었다. 포스트시즌에서 가공할 만한 투구로 두산의 KS 우승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다. PS 5경기 3승 무패 평균자책점 0.56. 32⅓이닝을 던지는 동안 2점밖에 주지 않았고, PS 마지막 26⅔이닝 무실점 행진을 펼쳤다. 언터쳐블 투구로 두산 마운드를 이끌었다.
넥센과 넥센과 준PO 1차전 7이닝 3피안타(2피홈런) 3볼넷 6탈삼진 2실점으로 스타트를 끊은 니퍼트는 NC와 PO 1차전에 9이닝 3피안타 2볼넷 6탈삼진 무실점 완봉승으로 경기를 지배했다. 두산이 1승2패로 수세에 몰린 PO 4차전에는 3일 쉬고 나와 7이닝 2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 승리로 팀을 구했다.
니퍼트의 괴력은 KS에서도 계속 됐다. 두산이 1차전을 역전패하고 맞이한 2차전에서 7이닝 3피안타 2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막고 반격의 1승을 이끌었다. 2차전 승리를 기점으로 다시 분위기를 탄 두산은 5차전까지 그대로 연승을 달리며 역전 우승을 일궈냈다. 니퍼트가 중요한 요소마다 큰 활약을 했다.
역대 단일 PS에서 30이닝 이상 던진 투수 중 최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니퍼트는 가장 강렬한 가을야구를 장식한 선수로 남게 됐다. 나아가 정규시즌 부상과 부진으로 인해 불가 쪽으로 기울었던 재계약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역대 KBO리그에서 외국인 투수가 한 팀 소속으로 6시즌을 뛴 것은 아직 전무하다.
두산의 14년 우승 한을 풀어준 니느님. 니퍼트를 향해 두산과 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니멘'을 외친다. /waw@osen.co.kr
[사진] 잠실=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