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V4] 삼성 도박 여파? 두산은 압도적이었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10.31 17: 33

우승에 찜찜한 이유는 전혀 없었다. 삼성의 전력이 약해진 것은 사실이었지만 삼성의 전력이 완전하다고 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두산의 기세가 강했다. 5차전에 한국시리즈를 끝낸 두산의 기세는 말 그대로 압도적이었다. 우승의 자격이 충분했다.
두산은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초반부터 활화산처럼 터진 타격의 힘, 그리고 선발 유희관의 호투를 앞세워 13-2로 크게 이기고 2001년 이후 14년 만에 한국시리즈 정상의 감격을 누렸다. 두산은 2차전부터 5차전까지 4경기를 내리 잡는 엄청난 기세를 과시하며 업셋 우승을 완성시켰다.
사실 이번 시리즈를 앞두고 프로야구계에는 큰 풍파가 들이닥쳤다. 삼성 소속 주축 투수 3명이 마카오에서 억대 도박을 한 정황을 수사기관에서 포착했다는 보도였다. 아직 혐의가 완전히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후폭풍은 엄청났다. 삼성은 아직 죄가 드러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도의적인 차원에서 세 투수를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이런 상황은 오히려 플레이오프에서 NC를 꺾고 올라온 두산에 더 부담이었다. 만약 두산이 우승을 한다고 해도 “삼성의 전력이 약해진 덕을 봤다”라는 말이 나올 것이 뻔했다. 설사 두산이 패한다고 하면 “삼성의 전력이 약해진 상황에서도 우승하지 못했다”라는 말도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러나 두산은 시리즈를 5차전에서 조기 종료시켰고 압도적인 경기력을 과시함에 따라 이런 논란을 모두 불식시킬 수 있었다.
따지고보면 두산도 불리한 점이 많았다. 외국인 투수 앤서니 스와잭이 부상으로 빠져 마운드 전력에 누수가 있었다. 외국인 타자 데이빈슨 로메로는 사실상 공격적인 측면에서 없는 선수나 마찬가지였다. 여기에 체력적인 손실은 당연했고 부상 선수까지 넘쳐 났다. 양의지는 발가락, 정수빈은 손가락을 경기 중 다쳐 거동이 불편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두산은 이런 모든 악조건을 극복하고 2차전부터 신바람을 냈다. 2차전에서는 6-1, 3차전에서는 5-1, 4차전에서는 4-3으로 이겼고 5차전에서는 초반부터 삼성 마운드를 두들긴 끝에 비교적 여유 있는 낙승을 거뒀다. 마운드는 삼성의 강타선을 압도했고, 타선도 삼성의 선발 투수들을 두들기며 흠잡을 곳이 마땅치 않은 시리즈를 만들어냈다.
어쩌면 2015년 한국시리즈는 두 팀에 닥친 ‘악재’를 극복하는 시리즈였다. 삼성은 3명의 이탈, 두산은 외국인 열세와 부상자, 그리고 체력 열세라는 악재가 공히 놓여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 악재를 더 슬기롭게 극복한 것은 두산이었다. 삼성의 사정을 생각할 필요 없이, 두산은 우승을 즐길 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었다. /skullboy@osen.co.kr
[사진] 잠실=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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