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5연패에 도전하던 삼성이 허무하게 무너져 내렸다. 류중일 삼성 감독의 믿는 도끼들은 끝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삼성은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선발 장원삼이 3이닝도 버티지 못하고 초반부터 무너진 끝에 2-13로 참패했다. 1차전 승리 이후 4경기를 내리 내주며 거짓말같이 무너진 삼성은 전무했던 통합 5연패 달성에 실패했다. 한국시리즈 직전 터진 주축 투수들의 원정 도박 스캔들 악재를 이겨내지 못했다.
핑계는 있었지만, 경기력은 생각보다 더 무기력했다. 불펜 전력의 약세가 불가피해진 삼성은 선발 야구, 그리고 타선의 공격력을 통한 화끈한 경기력으로 악재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1차전까지만 해도 이런 삼성의 전략은 통하는 듯 했다.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바로의 3점 홈런을 기점으로 두산을 몰아붙이며 9-8 역전승에 성공해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 그러나 나머지 4경기에서의 경기력은 팬들의 실망을 사기에 충분했다.

‘믿는 도끼’, 이 어려운 상황에서 팀의 중심축을 잡아줘야 했던 선수들의 부진이 뼈아팠다. 만약 류중일 감독의 계산대로 이 선수들을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면 우승은 몰라도 이렇게 쉽게 무너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그러나 선발 투수들은 모두 부진했고, 중심 타자들은 힘을 쓰지 못했다. 충격적인 참패의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선발진은 ‘에이스’ 알프레도 피가로가 2경기 모두 조기강판됐다. 두 경기 모두 5이닝을 소화하지 못했다. 2경기 중 적어도 1경기는 자신의 힘으로 잡아줄 것이라 믿었던 피가로의 부진은 이번 시리즈가 꼬인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2차전 장원삼을 제외하면 5이닝을 초과해 소화한 선발 투수는 아무도 없었다. 그나마 장원삼도 5차전에서 3이닝도 버티지 못했다. 류 감독이 생각했던 ‘선발 야구’는 물거품이 됐다.
중심타선도 할 말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4차전까지 팀 중심타선에 포진하는 선수들의 타율이 죄다 시즌 평균을 한참 밑돌았다. 특히 4번 타자 최형우는 극심한 타격 부진 속에 1할1푼8리의 타율에 그쳤다. 채태인 이승엽 박석민 등 나머지 타자들의 감이 저조한 것도 마찬가지였다.
류 감독은 4차전 라인업을 5차전에도 그대로 밀어붙이는 뚝심을 발휘했다. ‘믿음’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이런 믿음은 최악의 결과로 돌아왔다. 최형우는 첫 세 타석에서 무안타에 그쳤다. 나바로는 1안타를 치기는 했지만 7회 2사 만루에서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박석민 이승엽도 안타를 신고하기는 했지만 승부가 기운 뒤에 나온 안타라 뭔가 결정적인 맛은 없었다. 여기에 수비에서도 주축 선수들이 불안한 모습을 보인 것도 참패의 원인 중 하나였다. /skullboy@osen.co.kr
[사진] 잠실=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