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는 스프링캠프에서 노경은에게 마무리를 맡길 계획을 갖고 준비를 했다. 하지만 노경은이 훈련 중 타구에 얼굴을 맞으면서 계획이 어그러지기 시작했다. 급히 방향을 선회, 윤명준에게 중책을 맡겼지만 무거운 자리를 버텨내지 못했다.
이때 두산 마운드에 등장한 수호신이 이현승이다. 손가락 부상으로 시즌을 뒤늦게 시작한 이현승은 6월 9일에야 1군 복귀전을 치렀다. 그리고 6월 18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첫 세이브를 올렸고, 전반기 막판에서 두산의 주전 마무리투수로 거듭났다.
이현승의 2015년 정규시즌 성적은 41경기 3승 1패 18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2.89다. 뒤늦게 시즌을 시작했음에도 세이브 18개를 거두면서 두산의 정규시즌 3위를 이끌었다. 한층 안정적인 공을 던지게 된 이현승은 불펜이 허약했던 두산에서 그나마 믿을만한 자원이었다.

그리고 이현승의 진가는 포스트시즌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발휘되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넥센과 벌인 준 플레이오프였다. 이현승은 3경기에 등판, 3이닝을 무실점으로 지워 버렸다. 특히 이현승은 타자 10명을 상대하면서 볼넷 1개만 내줬을 뿐 안타조차 내주지 않았다. 1승 2세이브, 두산이 준 플레이오프에서 넥센에 거둔 3승에 모두 직접적으로 관여했고 결국 시리즈 MVP로 선정됐다.
플레이오프에서는 NC와 만난 두산, '하극상'을 이끈 것도 불펜의 이현승이었다. 플레이오프에서 두산은 더스틴 니퍼트-장원준 2명의 선발과 이현승 3명만 믿을만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현승은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2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두산의 승리를 지켜냈고, 5차전에는 아예 7회부터 나와 3이닝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플레이오프 성적은 2경기 5이닝 무실점 1세이브였다.
두산이 믿는 언덕, 이현승의 활약은 한국시리즈에서도 계속됐다. 1차전에서 안타 1개와 실책 1개가 겹치면서 패전투수가 됐지만 이현승의 자책점은 아니었다. 그리고 3차전에서는 장원준의 뒤를 이어 8회 2사 후 등판, 안타 2개와 볼넷 1개를 내주긴 했지만 마찬가지로 삼성에 점수를 내주지 않고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가장 중요한 승부처였던 4차전에서는 8회 1사 후 등판해 3피안타 무실점으로 1점 리드를 지키며 세이브를 더했다.
한 시즌 내내 마무리투수로 활약했던 이현승은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13-2로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진 9회 1사 후 등판했다. 점수 차는 이현승이 나설 상황이 아니지만, 두산을 이 자리까지 이끈 투수였기에 '헹가레 투수'의 영광을 얻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삼성의 27번째 아웃카운트를 잡는 순간, 이현승은 14년 만의 두산 우승을 확정짓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cleanu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