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써야할 때 확실히 썼다. 두산 베어스가 지난겨울 과감한 투자를 통해 14년의 한을 풀었다. 한국시리즈와 같은 빅매치에서 특급 에이스를 보유하고 있는 게 얼마나 큰 힘인지 이번에 증명했다.
두산은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13–2로 승리, 2001년 이후 처음으로 정상에 올랐다. 이로써 두산은 통산 4회 우승을 달성했다.
이번 두산의 우승에는 뚝심 같은 운영철학이 빛났다. 두산은 2001년 우승 후 무려 네 차례나 준우승에 그쳤다. 2005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에 스윕패를 당했고, 2007과 2008, 그리고 2013 한국시리즈에선 1차전을 승리했음에도 준우승에 그쳤다. 특히 2013 한국시리즈에선 4차전까지 시리즈 전적 3승 1패로 앞서고 있었으나, 허무하게 3연패를 당하고 물러났다.
그럼에도 두산은 우승을 포기하지 않았다. 주연이 될 때가지 계속 도전했다. 준우승에 그칠 때마다 더 과감하게 투자했다. 지난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자 송일수 감독을 선임 1년 만에 해임, 즉시 잘못된 선택임을 인정했다. 내부 사정에 밝은 프랜차이즈 출신 김태형 감독에게 지휘봉을 넘겼고, FA 시장의 큰 손이 됐다. FA 최대어였던 장원준과 4년 84억원에 계약을 체결, 리그 정상급 토종 선발진을 구축했다.
외국인 에이스 니퍼트에게도 과감하게 베팅했다. 니퍼트는 2011시즌부터 KBO리그에서 가장 꾸준한 외국인 선발투수지만, 동시에 어깨에 적신호도 달고 있었다. 해가 거듭될수록 부상으로 엔트리서 제외되는 횟수가 늘어났다. 그럼에도 두산은 니퍼트와 외국인선수 최고액인 150만 달러에 재계약, 1선발 에이스를 눌러앉혔다.
이렇게 장원준과 니퍼트를 잡은 효과는 포스트시즌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장원준은 한국시리즈를 포함, 이번 가을잔치 4경기에서 3승 평균자책점 2.36을 기록했다. 정규 시즌 내내 로테이션을 꾸준히 소화하며 자신을 향한 투자가 잘못되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니퍼트는 더 대단했다. 정규시즌 부상이탈을 만회하듯, 이번 포스트시즌서 3승 평균자책점 0.60으로 괴력을 발휘했다. 두산은 장원준과 니퍼트가 선발 등판한 8경기 중 7경기서 승리했다.
두산의 이러한 효율적인 투자는 2000년대 중반부터 진행됐다. 외국인선수 영입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고, 선진 시스템을 바탕으로 2군 선수들을 육성했다. 매년 특급 외국인선수를 데려왔고, 지난해에는 최신 시설의 베어스파크를 건립했다.
올해 정규시즌 중에도 두산은 전력 극대화를 위해 아낌없이 투자했다. 외국인투수 마야가 극심한 부진에 빠지자, 현역 메이저리그 투수 스와잭을 데려왔다. 외국인타자 루츠 또한 빠른 판단 하에 로메로로 바꿨다. 비록 스와잭과 로메로가 기대치를 충족시켜주진 못했지만, 우승을 이루기 위해 매 순간 최선을 다했다.
그러면서 두산은 14년 동안 이어졌던 아름다운 조연에서 벗어나 훌륭한 주연이 됐다. 이렇게 효율적인 운영철학이 유지된다면, 두산은 앞으로도 우승후보 팀으로 자리할 것이다. / drjose7@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