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V4] 인고의 화수분야구, 14년 만에 V4 꽃 피웠다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5.10.31 17: 32

 두산 베어스의 화수분 야구가 14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결실로 나타났다.
두산은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국시리즈 4차전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13-2로 승리했다. 1차전 충격의 역전패 뒤 4연승을 거둔 두산은 2001년 이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1982, 1995, 2001년에 이은 베어스의 통산 4번째 우승이었다.
2001년에도 준플레이오프부터 치르며 정규시즌 우승 팀인 삼성을 한국시리즈에서 격파했던 두산은 14년 뒤 같은 방법으로 통산 네 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정규시즌 1위 팀이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것도 14년 전이 마지막이었다. 역시 '미라클 두산'이라 할 만한 우승 과정이었다. 팀의 제 10대 사령탑인 김태형 감독은 사상 네 번째로 감독 부임 첫 해에 우승을 차지하는 '명장을 길'을 걷게 됐다.

두산 특유의 팀 컬러를 되살리겠다고 했던 김 감독의 약속은 100% 지켜졌다. 선수들의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허슬두' 정신을 되살렸고, 새로운 선수들이 위기마다 나오며 '화수분야구'의 명성도 재확인할 수 있었다. '화수분야구'는 기존 선수가 빠져도 이를 대체할 선수가 끊이지 않고 나오면서 생긴 애칭인데, 실제로 두산은 어떤 선수가 떠나더라도 외부 영입이 아닌 내부 자원 육성을 통한 전력 보강이 꾸준히 이뤄졌다. 당시 신예였던 선수들이 지금은 라인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승과는 쉽게 인연을 맺지 못했다. 두산은 2001년 정상에 오른 뒤 2005, 2007, 2008, 2013년 준우승에 머물렀다. 21세기 최다 준우승 팀(이번 준우승으로 21세기 삼성도 2001, 2004, 2010, 2015 4회 준우승)이라는 기분 좋지만은 않은 기록도 갖고 있었다. 화수분답게 마르지 않는 팜 시스템을 자랑했지만, 항상 종이 한 장 차이로 2인자의 설움을 맛봐야 했다.
하지만 김태형 감독을 선임한 뒤 4년 84억에 FA 장원준을 영입하고 150만 달러라는 거액을 들여 더스틴 니퍼트와 재계약하는 등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아 전력의 토대를 완성한 두산은 대망의 우승을 이뤘다. 화수분에서 나온 새로운 선수들이 전력의 새로운 축이 된 것이 부족한 2%를 채운 결정적 변수가 됐다.
마운드에서는 16홀드를 하며 셋업맨으로 자리르 잡은 함덕주가 새로운 히트상품이었다. 이외에도 군에서 제대한 진야곱과 이현호가 큰 힘을 보탰다. 더스틴 니퍼트가 부상으로 이탈하자 퓨처스리그에서 담금질한 선발 카드 허준혁까지 나와 힘든 마운드를 지탱했다. 5월에 시즌아웃됐지만 김강률도 광속 셋업맨으로 가능성을 보였다. 신인 남경호는 지금보다 미래가 밝다.
야수 가운데서는 완전히 주전으로 도약한 가을의 스타 허경민이 대표적인데, 데뷔 후 처음으로 규정타석을 채우며 타율 3할1푼7리를 기록했다. 또한 앞으로 10년 이상을 책임질 만능 외야수 박건우, 처음으로 두 자릿수 홈런(14개)을 터뜨린 오재일, 커리어 하이를 기록한 최주환 등이 한층 거듭나는 시즌을 보냈다.
두산이 화수분이라 불리는 것은 앞으로도 쏟아져 나올 자원들도 넘치기 때문이다. 제대 후 이미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포함된 내야수 김동한을 비롯해 KBO리그 최고의 타자 유망주 중 하나인 김인태, 이우성, 박세혁 등이 2016 두산의 화수분 신화를 쓰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nick@osen.co.kr
[사진] 잠실=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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