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가 2015 가을을 지배했다. 14년 만에 맛보는 감격의 우승이었다.
두산은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국시리즈 4차전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13-2로 승리했다. 1차전 충격의 역전패 뒤 4연승을 거둔 두산은 2001년 이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1982, 1995, 2001년에 이은 베어스의 통산 4번째 우승이었다.
2년 전의 아픈 역사를 되풀이하지는 않았다. 2013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은 3승 1패로 앞서다 내리 3연패를 당하며 아쉽게 우승을 내줘야만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3승 1패 상황에서도 들뜨지 않고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경기에 임하며 큰 어려움 없이 남은 1승을 채웠다.

14년 전 우승 때와 마찬가지로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한 두산의 이번 가을 주인공은 단연 허경민과 투수 3인방(더스틴 니퍼트, 장원준, 이현승)이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5할3푼3리(15타수 8안타)였던 그의 타율은 플레이오프에서도 3할(20타수 6안타)로 준수했다. 한국시리즈에 와서도 4할7푼4리(19타수 9안타)로 뜨거웠다. 포스트시즌 총 23안타로 단일 포스트시즌 최다안타 신기록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투수 3인방은 말이 필요 없었다. 니퍼트는 26⅔이닝 연속 무실점한 것을 비롯해 32⅓이닝 2실점으로 0.56이라는 경이로운 평균자책점을 찍었다. 장원준의 포스트시즌 4경기 평균자책점도 2.36으로 좋다. 둘은 6승을 합작했다. 마무리 이현승도 12⅓이닝 동안 자책점 없는 투구로 난공불락의 수호신이 됐다.
하지만 이들이 전부는 아니었다. 필요할 때 주연급 활약을 펼친 '신 스틸러'들이 있었다. 한국시리즈에서는 노경은이 그런 선수 중 하나였다. 팀이 2-3으로 뒤지던 4차전 두 번째 투수로 나온 노경은은 5⅔이닝 2피안타 5탈삼진 1볼넷 무실점해 4-3 역전승의 기반을 마련했다. 개인적으로도 시즌 내내 자신을 괴롭혔던 마음의 상처들을 씻어내는 시원한 투구였다.
장차 두산을 이끌 외야수 박건우도 알토란 같은 타격으로 우승에 기여했다. 박건우는 자신의 포스트시즌 데뷔 무대였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대타로 나와 천금같은 끝내기 안타를 터뜨렸다. 그리고 손가락 부상을 당한 정수빈이 지명타자로 출전하기 시작한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는 값진 결승타로 팀을 유리한 위치에 놓았다.
부상 투혼을 발휘한 선수들도 빼놓을 수 없다.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나성범의 타구에 우측 엄지발가락 미세골절 부상을 입은 양의지는 묵묵히 한국시리즈 마지막까지 뛰며 투수들을 리드하고 중심타선을 지켰다.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왼손 검지가 찢어진 정수빈도 수비만 하지 못했을 뿐, 3차전부터 지명타자로 출전해 매서운 타격으로 삼성 마운드를 무너뜨렸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