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외로운 가을이었다.
삼성은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선발 장원삼이 두산 타선을 막지 못하고 무너진데다 타선이 또 다시 침묵을 지키며 2-13으로 완패했다. 통합 5연패에 도전했으나 1차전 승리 이후 내리 4연패를 당하며 2015 시즌 패권을 두산에게 넘겨주어야 했다.
정규리그 5년 연속 우승을 따낸 삼성이 한국시리즈 우승은 확실시 됐다. 그러나 뜻하지 않는 마카오 원정 도박설이 튀어나왔고 결국 17승 에이스 윤성환, 홀드왕 안지만, 세이브왕 임창용이 엔트리에서 빠지면서 마운드에서 결정적인 전력공백을 가져왔다.

투수력의 공백은 전체적인 경기운영에 주름살을 깊게 팠고 1차전을 잡고도 주도권을 내줄 수 밖에 없었다. 아울러 타자들 전체에도 심각한 영향을 남겼다. 투수들이 막지 못하고 점수를 주면 타자들은 힘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의욕만 너무 앞설 수 밖에 없었다.
불혹의 이승엽도 외로울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삼성의 얼굴이다. 야구에 대한 진지함과 게으르지 않는 성실함으로 한국의 국민타자의 타이틀을 지키고 있다. 슈퍼스타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숱한 유혹이 있었겠지만 굴하지 않고 자신의 길만 걸어왔다. 그래서 후배들의 일탈속에서 그의 존재가 더욱 무게감이 있었다. 시리즈를 준비하면서 팀 분위기도 말이 아니었다. 최고참 선수로 후배들을 다독이며 시리즈를 준비했다.
1차전에서 6번 지명타자로 출전한 이승엽은 4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대단히 중요했던 안타엿다. 1-5로 추격한 4회 박석민의 솔로포에 이어 2루타를 날려 역전극의 발판 노릇을 했다. 팀도 9-8로 역전승을 거두었다. 그러나 2차전에서 4타수 1안타 1타점을 올렸다. 팀의 유일한 득점이 그의 방망이에서 나왔다. 팀은 1-6으로 무릎을 꿇었다.
잠실로 옮긴 3차전. 선발출전 명단에 그의 이름은 없었다. 류중일 감독 체제에서 부상이 아닌 이유로 선발출전에서 뺀 것은 처음이었다. 겨우 9회 2사후에 대타로 나와 몸에 맞는 볼로 출루했다. 불만스러운 표정 없이 1루를 향해 열심히 뛰었다. 그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었다. 역시 이승엽 다웠다. 팀은 1-5로 졌다.
류중일 감독은 미안했던지 4차전에 다시 선발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승엽도 3타수 2안타를 날렸다. 2회에는 무사 1루에서 우전안타를 날려 3득점의 발판을 놓았다. 그러나 7회 안타를 치고 대주자 박해민으로 바뀌면서 더 이상 출전하지 못했다. 팀은 9회 1사만루 기회를 못살리며 3-4로 졌고 1승3패 벼랑끝에 몰렸다.
운명의 5차전. 바램과 달리 초반부터 두산의 공세에 휘말려 대량실점을 했다. 세 번째 타석에 들어설때 1-9로 뒤졌다. 그러나 7회말 선두타자로 나와 우익수 옆으로 빠지는 2루타를 날렸고 후속타의 적시타로 홈을 밟았다. 8회말은 좌전안타를 날렸다. 역시 최선을 다했다. 4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팀은 대패를 했고 우승컵을 넘겨주었다.
승부가 기울자 이승엽은 더그아웃에서 착찹한 표정을 지었다. 삼성의 통합 4연패 신화가 저물고 있음을 얼굴에서 읽을 수 있었다. 그의 6번째 한국시리즈는 15타수 6안타 3득점 1타점으로 끝났다. 그럼에도 매 경기 안타를 날렸고 사구까지 얻어내 출루했다. 특유의 홈런포는 없었지만 이승엽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나바로, 최형우, 박석민 등 믿었던 동생들이 모두 부진한 가운데 유난히 외로워 보였던 2015 가을이었다. 그러나 내년에도 이승엽은 다시 가을에 나올 것이다. /sunny@osen.co.kr
[사진]잠실=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