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필요할 때 기나긴 침묵에서 벗어나 마지막에 웃는 자가 됐다. 두산 베어스 좌완 선발투수 유희관이 올 시즌 마지막 등판에서 호투를 펼치며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유희관은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한국시리즈 5차전에 선발 등판, 6이닝 동안 90개의 공을 던지며 5피안타 무볼넷 1탈삼진 2실점으로 선발승을 거뒀다.
이날 유희관은 정규시즌 후반부터 시작된 슬럼프에서 탈피, 다시 자신의 투구를 펼쳤다. 여러 구종을 섞어 던지면서도 스트라이트 존 양 끝을 적절하게 활용, 삼성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최저구속 93km 커브부터 최고구속 129km 패스트볼까지 유희관의 트레이드마크가 모두 발휘된 이날 투구였다. 그러면서 유희관은 올해 KBO리그 마지막 무대서 선발승을 거둔 투수가 됐다.

경기 후 유희관은 “저도 답답했는데 보시는 분들도 얼마나 답답했을까 생각이 들었다. 오늘 못 던지고 이겼으면 기분이 반반이었을 것 같다. 그런데 좋은 투구를 한 것 같아서 기쁘다”며 “욕도 많이 먹고 좋은 일도 많았던 시즌인 것 같다. 마지막 우승할 수 있는 5차전에서 승리투수가 됐다는 것을 영광을 생각한다. 마지막에 계속 안 좋았지만 마지막에 계속 기회를 준 감독님 코치님들께 감사드린다. 또 내년 시즌을 즐겁게 준비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날 투구 내용을 두고는 “올해 시즌 때처럼 타이밍을 뺏는 피칭을 한 것 같다. 이전 경기에서 힘이 들어간 게 투구수도 늘어나고 공이 높아지면서 안타를 많이 맞았던 것 같다. 오늘 경기 전 몸 푸는데 마음이 되게 편안했다. 오늘은 떨림이 하나도 없다고 코치님들께 말하기도 했다. 그게 잘 풀린 것 같다. 5차전 데일리 MVP도 안 될 것 같았는데 감사드린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마지막으로 유희관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일단은 푹 쉬고 싶다. 공은 느리지만 몇 년간 저도 계속 데미지가 쌓인 것 같다. 체력적인 부분에서 144경기를 치르면서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겨울에 체력 훈련을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매번 경기를 하면 무언가 하나씩 얻는 것 같다. 내년 준비를 더 잘해서 더 잘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 drjose7@osen.co.kr
[사진] 잠실 = 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