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우리도?’ 프로야구, 스캔들에 떨고 있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11.01 05: 59

2015년 프로야구가 한국시리즈 일정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역사적인 10개 구단 체제의 출범이라는 뚜렷한 성과도 있었던 시즌이었지만, 시즌 막판에는 불미스러운 일로 팬들을 실망시킨 ‘스캔들’도 있었다. 각 구단별로 “혹시 우리는…”이라는 불안감이 확대되고 있다. 프로야구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다.
올 시즌 프로야구는 사건 사고가 많았던 한 해로 기억될 전망이다. 특히 대형 악재가 시즌 막판에 한꺼번에 터져 나와 한창 잔치 분위기를 만들어야 할 시기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비판도 있다. LG 정성훈이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킨 것에 이어, kt 장성우는 사회관계망(SNS) 서비스로 그간 했던 발언이 알려지면서 팬들에게 사과문까지 써야 했다. 삼성의 세 선수는 원정 억대 도박 스캔들 끝에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낙마하는 사태까지 있었다.
장성우는 현재 피해를 입은 관계자가 고소를 한 상황으로 법적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 선수들의 혐의는 아직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으나 조만간 수사가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죄가 드러나면 또 한 바탕 파장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에 다른 구단도 비상이 걸렸다. “혹시 우리 팀 선수들도 이런 파문과 연관된 것이 있을까”라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 그러나 이를 쥐 잡듯이 확인할 수는 없어 속만 타는 형국이다.

지방 한 팀은 삼성 선수들의 도박 스캔들이 확대되자 직원들의 개인적인 인맥을 이용해 은밀히 소속 선수들의 연관 여부가 있는지 확인했다. 하지만 이는 제한적이었다. 실제 수도권의 한 팀은 아예 조사를 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아무 죄가 없는 선수들을 잠재적인 죄인 취급할 수는 없다”라는 것이었다. 실제 이런 조사가 있으면 가장 반발하는 이들은 선수들이다. 다행히 두 구단 모두 해당 선수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돼 구단은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지만 현재 프로야구판에 돌고 있는 공포를 확인하기에는 모자람이 없는 대목이다.
도박 스캔들이 워낙 크기는 했지만 사실 음주나 시비 등의 사건, 그리고 SNS를 통한 물의는 시즌 마다 몇 차례씩 일어나고 있다. 각 구단들은 마무리훈련이나 전지훈련 때 이에 대한 주의사항을 집중적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기껏 해 봐야 1년에 1~2시간 교육으로 끝난다. 그 다음부터는 선수들의 책임감과 양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경기장 밖의 일은 선수들의 사생활이라 구단에서 일일이 관여하기는 어렵다.
공통적인 것은 이런 사태에 연관되지 않게끔 교육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하는 분위기다. 한 지방 구단 관계자는 “프로그램이 있기는 했는데 이는 대부분 예전 사례를 들어 경각심을 환기시키는 정도였다”라면서 “사실 지난해 세미나에서도 승부조작에 대한 이야기는 꽤 많은 시간을 할애했지만 개인적인 도박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지금껏 그런 사례도 없었고 으레 선수들도 그것이 범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프로야구계가 반성하고 자정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높아지는 인기에 선수들의 고삐가 풀렸다는 야구 원로들의 한탄도 새어 나온다. 공인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유니폼을 입고 있을 때는 물론 그렇지 않을 때도 타의 모범이 될 수 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 처벌 규정을 강화해 이를 사전에 억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관계자는 “지금은 징계 규정이 다소 모호하다. 구단과 KBO, 그리고 선수협회가 머리를 맞대 명확한 억제책을 내놔야 한다. 선수협도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더 이상 사후약방문은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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