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잠실벌, 곰들의 여운은 깊었다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5.11.01 05: 59

2015년 10월 31일은 두산 베어스의 팬들에게 절대 잊지 못할 날이 됐다.
두산은 이날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13-2 대승을 거두며 2001년 이후 14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두산은 준플레이오프부터 무려 14경기를 펼치며 그동안의 아쉬움을 한 경기씩 풀어나갔다.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두산은 플레이오프에서 주전 포수 양의지가 발가락 미세 골절을 입으면서 진통제를 먹고 뛰었고 정수빈이 한국시리즈에서 왼 검지손가락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해 테이핑을 한 채 지명타자로 경기에 나섰다. 외국인 선수는 사실상 더스틴 니퍼트 한 명 뿐이었고 시리즈가 쌓일 수록 체력 소모도 컸다.

그러나 두산은 '미라클 두산'이라는 별명이 완벽하게 어울리는 우승을 일궈냈다. 정수빈은 5차전에서 쐐기 스리런을 날리는 등 14타수 8안타(1홈런) 5타점 5할7푼1리의 타율을 기록하며 시리즈 MVP로 선정됐다. 니퍼트는 2경기에 선발 등판해 모두 승리로 이끈 뒤 5차전에서는 불펜 등판했다. 유희관은 시즌 막판 부진을 딛고 호투하며 5차전 데일리 MVP로 뽑혔다.
준플레이오프부터 완벽투를 선보인 이현승이 9회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은 뒤 잠실구장은 기쁨의 눈물이 넘쳐흘렀다. 민병헌, 홍성흔, 김재호 등 선수들이 울기 시작하자 이를 지켜보던 만원 관중 역시 눈물을 흘리며 선수들을 연호했다. 선수단은 몇 번이고 팬들에게 인사하며 우승을 기쁨을 함께 나눴다.
시상식이 모두 끝난 뒤 선수단은 팬들 앞으로 다가왔다. 장내 아나운서가 "팬분들이 너무 많이 울고 있다. 선수들이 분위기를 띄워달라"고 말하자 선수들은 즉석에서 '댄스 파티'를 펼치며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그동안의 아프고 힘들었던 과정이 있었기에 선수들은 누구보다 그 자리를 즐길 자격이 있었고 현장을 지킨 팬들 역시 감동과 즐거움을 누리기에 충분했다.
두산 팬들은 감동을 빼앗기기 싫다는 듯 선수들이 모두 들어간 뒤에도 두산의 단체 응원가, 선수별 응원가를 모두 부르며 '잠실 노래방'을 열었다. 삼삼오오 흩어진 팬들은 근처 신천에 모여 다시 한 번 우승의 순간을 되새겼다. 이날 만큼은 누구도 부럽지 않은 두산의 '곰'들이었다. /autumnbb@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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