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관 벗은 삼성, 2016 춘추전국시대 예고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5.11.01 05: 59

영원히 무너질 것 같지 않았던 뉴욕 양키즈 왕조도, 요미우리 자이언츠 왕조도 기우는 날이 찾아왔었다. 1949년부터 1953년까지, 조 디마지오-요기 베라-미키 맨틀을 앞세운 양키스는 5연속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지만 1954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 밀리면서 아메리칸리그 패권을 넘겨줬다. 요미우리 자이언츠는 1965년부터 1973년까지 'ON(오 사다하루-나가시마 시게오)포를 앞세워 무려 9년 연속 재팬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지만 1975년 꼴찌로 추락했다.
2015년, KBO 리그에서도 왕조 하나가 일단 종언을 고했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4연패, 그리고 2015년에도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하며 5연속 우승을 차지했던 삼성 라이온즈는 한국시리즈에서 두산 베어스에 시리즈 전적 1승 4패로 밀리면서 우승컵을 넘겨줘야 했다. 2010년대 들어 전무후무한 성적을 내며 왕조를 건설했던 삼성이지만, 두산의 기세를 이겨내지 못했다.
삼성왕조가 붕괴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이유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내년 시즌 KBO 판도가 어떻게 변할지 주목된다. 투타의 완벽한 조화를 뽐냈던 삼성이지만, 당장 2015년 한국시리즈는 너무 힘을 쓰지 못했고, 2016년은 전력약화 요소가 더 남아 있다.

가장 큰 손실은 투수 3인방이다. 에이스와 셋업, 마무리가 빠진 삼성 마운드는 나머지 선수들이 전력을 다해 버텨봤지만 역부족이었다. 만약 이들을 빼고도 삼성이 한국시리즈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면 모를까, 한 해 농사를 망쳐놨기 때문에 내년 시즌에 이들의 모습을 보기 힘들 수가 있다. 결국 삼성은 내년 시즌에 앞서 마운드 새판을 짜야 한다.
올해 한국시리즈는 삼성왕조의 해체를 의미할까, 아니면 잠시 쉬어가는 해가 될까. 당장 올해 우승 팀 두산은 내년부터 새로운 왕조를 시작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김태형 감독과 한국시리즈 MVP 정수빈은 입을 모아 "우리도 내년부터 삼성처럼 계속 우승하고 싶다"고 말한다. 체계적인 시스템 아래에서 유망주들이 계속 올라오고, 능력을 갖춘 초임감독이 부임 첫 해 팀을 우승으로 이끈 것까지 4년 전 삼성과 많이 닮았다.
뿐만 아니라 다른 팀들도 삼성이 올해 내려놓은 왕좌를 노리고 있다. 한국시리즈 문턱에서 좌절한 NC 다이노스 역시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춘 팀이다. 또한 올해 4위 넥센 히어로즈도 구단과 현장의 역할이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고, 선진 시스템을 도입해 수년째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여기에 SK 와이번스는 2000년대 후반 왕조를 재현하겠다는 각오로 시즌을 준비하고 있고, 한화 이글스는 김성근 감독 부임 두 번째 해 반전을 노리고 있다. KIA 타이거즈는 2015년 절반의 성공에서 내년 상위권 도약을 목표로 내세웠고, 롯데자이언츠는 일찌감치 감독을 바꾸고 구단 정비에 나섰다. LG 트윈스는 올해 굴욕을 씻겠다는 각오고, kt 위즈 역시 내년에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전력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내년 양키스의 길로 갈까 아니면 요미우리의 길을 걸을까. 양키스는 1954년 우승을 놓쳤지만 곧바로 1955년 리그 우승을 하면서 월드시리즈에 복귀했고, 이듬해에는 다시 우승을 차지한다. 1955년부터 1964년까지 10년 동안 양키스는 월드시리즈 우승 3번에 준우승 5번을 더하고서야 암흑기에 접어 들었다. 반면 요미우리는 9연속 우승의 마지막 해였던 1973년 이후 다시 우승을 차지하기까지 8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cleanup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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