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박용만 회장이 두산 베어스에 대한 전폭적 지원을 공언했다.
두산은 지난달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삼성을 13-2로 제압하고 4승 1패로 우승을 차지했다. 14년 만의 우승이자 통산 4번째 정상이다. 이를 현장에서 지켜본 박 회장은 앞으로도 우승에 필요한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우선 우승 소감을 묻자 박 회장은 "사랑을 많이 받는 팀이라는 생각이 들어 (팬들께) 감사한다. 10여년 동안 우승을 안겨드리지 못했는데도 응원해주신 것이 정말 감사하다"며 성원해준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박 회장이 자랑스러워하는 것은 두산의 팀 컬러다. "야구를 잘 할 때도, 그렇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한결 같은 게 있다. 1~2명의 스타가 이끄는 팀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리고 팀 컬러가 따뜻한 것 같다. 그게 가장 자랑스럽다. 우승을 얼마나 했는지보다 그런 게 변함 없이 유지 되는 것이 좋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올해 두산 우승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선택은 지난 겨울 FA 장원준을 영입한 것이었다. 그간 FA 영입에 소극적이었던 두산의 모습과는 상반되는 행보. 박 회장은 "선수를 키워야만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장원준은) 신중하게 영입했는데, 결정을 내려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번에 FA 자격을 취득하는 김현수를 잡는 것 역시 두산으로서는 중요한 일이다. 김현수를 잡기 위해 전폭적 지원을 하겠냐는 질문에 박 회장은 "나의 개인적인 감정은 중요하지 않다. 프런트에서 잘 판단해서 결정할 것이다. 내가 구단에 개입하면 안 된다. (프런트에서 김현수를) 잡겠다고 하면 지원은 할 것이다"라고 말을 이었다.
박 회장의 방침은 모든 일을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다. 그는 "사장이 결정하면 따라간다. 김승영 사장을 만나도 두산 베어스다운 야구를 해달라는 부탁 말고는 하지 않는다. 나는 야구를 좋아하지만 잘 알지는 못한다. 사장과 구단주가 알아서 할 것이다"라는 말로 14년 만의 우승을 이뤄낸 프런트에 대한 믿음을 나타냈다.
두산그룹 전체를 이끄는 수장이지만, 야구장 안에 있으면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한 명의 두산 베어스 팬이 된다. 박 회장은 일반석에서 다른 관중들과 뒤섞여 경기를 보는 것을 즐기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가장 기억 나는 경기로 3차전을 꼽았다. 언제가 제일 재미있었냐는 질문에 그는 "비 오고 추웠던 날이다. 비를 피하자니 일어나면 의자가 젖을 것 같아서 그냥 우산을 쓰고 있었는데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며 즐거워하기도 했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