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직후 샴페인을 터뜨리며 기분을 만끽한 오재원에게 잠시 이야기를 나누자고 청했다. 질문이 나오기도 전에 오재원은 "주장으로 팀 분위기를 좋게 만들지는 못할 망정 해를 끼쳐 미안했다"는 말부터 꺼냈다.
오재원은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당시 있었던 벤치클리어링 후 많은 비난에 시달렸다. 플레이오프부터는 조금씩 사그라들었지만, 준플레이오프가 끝날 때까지는 타석에만 들어서면 넥센 팬들의 거센 야유를 견뎌내야만 했다. 예민해지며 취재진과도 거리를 뒀다.
우승을 통해 마음의 부담을 털어낸 오재원은 한결 가벼워 보였다. 우승 전까지 무거운 무언가가 마음 속에 있었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보였을 것이다. 주장으로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주지 못해 미안했다던 오재원은 "주장이 아닌 그냥 선수였을 때가 그리웠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나온 시간 동안 감내했던 고통의 크기도 함께 다가오는 말이었다.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있었음에도 대범하게 선수들을 이끌어야 하는 주장이라는 자리는 여간 부담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우리가 한 두 번 지는 것도 아닌데 지면 그냥 우리끼리 고깃집에서 회식이나 하면 된다고 선수들을 다독였다. 마음껏 뛰놀 수 있게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내가 할 일의 전부였는데, 모두 정말 고맙다"고 동료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김태형 감독을 향한 마음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오재원은 "힘이 되지 못해 감독님께도 항상 죄송했다. 그래도 수비에서 뼈대가 되어 주면서 그나마 걱정을 덜어드린 것 같다. 내야에 나가서도 (김)재호와 둘이서 흔들리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고 밝혔다.
부담이 큰 자리였지만 그만큼 보람도 컸다. "14년 만에 우승을 했는데 내가 주장일 때 우승을 했다는 것도 정말 의미가 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보다 좋다"는 오재원은 FA에 대한 생각을 묻자 "아직 모르겠다. 일단 지금 이 기분이 너무 좋다"며 다시 한 번 우승이 가져다준 기쁜 감정을 마음껏 느꼈다.
앞으로 주장은 절대 하지 않겠다면서도 마음 속으로는 팀의 미래까지 그리고 있다. "(흐름이 완전히 넘어온) 5회부터 진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제 우리 다음 세대가 앞으로 팀을 7년 정도는 끌고 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부터 정말 온갖 생각을 다 했다"는 말로 오재원은 마지막까지 주장다운 모습을 보였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