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업에서 국대까지' 허경민, "잊지 못할 시즌"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5.11.02 05: 57

 백업에서 국가대표가 되기까지는 6개월도 채 걸리지 않았다. 허경민(25, 두산 베어스)은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2차 1라운드 지명을 받고 2009년 입단한 허경민은 두산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첫 우승 반지를 얻었다. 준플레이오프부터 공수에서 팀을 이끈 맹활약을 펼쳤으니 누구보다 자랑스럽게 반지를 끼울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유틸리티 요원에서 주전 3루수로 도약해 대표팀에도 발탁된 의미 있는 시즌이기도 하다.
지난 1일 전화통화에서 허경민은 "어제(10월 31일 한국시리즈 5차전 직후) 들었다. 김태형 감독님께서 (대표팀에 합류할) 준비를 하고 있으라고 하셨고, 오늘(1일) KBO에서도 연락이 왔다"고 밝혔다. 두산은 합숙하던 호텔에서 1일 해산했고, 허경민은 하루만 집에서 보낸 뒤 2일 대표팀이 합숙하고 있는 호텔로 들어가야 한다.

시즌이 끝나면 휴식을 취하거나 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 있지만, 허경민에게는 시간이 없다. 다행히 그는 "(시즌 후를) 뭔가 계획하기 전에 연락이 왔고, 계획을 세우지도 않았다"고 말한다. 5차전에서 패햇다면 대구로 가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개인적인 스케줄은 꿈꿀 수도 없없다.
처음으로 규정타석을 채우며 정규시즌 타율 3할1푼7리를 기록했고, 포스트시즌에도 MVP에 버금가는 매서운 타격과 견고한 수비를 선보였지만 국가대표가 되는 것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허경민은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 당황했다. '내가? 왜? 어떻게?'라는 생각밖에 없었다. 뽑힐 것이라는 생각은 1%도 한 적이 없다. 전혀 예상하지 못해서 놀람이 컸다. 지금도 좋은 것 반, 걱정 반이다. 워낙 쟁쟁한 선배님들이 많은데 내가 그 정도가 되는지 모르겠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시즌 초 햄스트링이 좋지 않았고, 최근까지 쉬지 않고 뛰었지만 경기 출전엔 문제가 없다. "햄스트링은 꾸준히 치료하다 보니 막바지에 많이 좋아졌다. 트레이너 선생님들이 신경을 많이 써주셨다. 시즌 초에는 트레이너실에서 살다시피 했다. 평소에도 고마운 마음은 있는데 표현을 하지 못했다. 대회 다녀와서 대접해드려야 할 것 같다"는 것이 허경민의 마음이다.
지금은 작은 근육통이 있는 정도인데, 본인의 말을 빌리면 경기에 뛰는 선수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수준의 통증이다. "근육통 정도는 있는데 경기에 지장이 있을 정도는 아니다. (우측 중지) 손톱은 던지면 갈라지는 곳이라 계속 붙이면서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
본인도 상상하지 못했던 국가대표 유니폼까지 입게 됐다는 점에서 2015 시즌은 기대 이상이다. 허경민 자신도 "정말 잊지 못할 시즌인 것 같다. 시즌 초에는 예상하지 못하게 아프기도 했는데 주위에서 흔들리지 않게 도와주셔서 1군에서 뛸 수 있었다"라고 말할 정도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아직 주전으로 자리잡지 못했다. 내가 주전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마음이 해이해질 것 같다"며 자만을 경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대표팀에서도 같은 마음으로 열심히 뛰겠다는 각오다. 허경민은 "올스타전에도 나갔던 적이 없어서 다른 팀 선배님들과는 함께해본 적이 없다. 적응하는 게 먼저다. 대화를 많이 하면서 상황이 생길 때마다 평소에 궁금했던 것들도 조금씩 물어보고 싶다. (박)석민이 형만큼 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형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nic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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