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계적이면서도 우직한 두산 베어스의 육성 정책이 '화수분야구'로 싹을 틔우고 2015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열매를 맺었다. 두산의 육성 정책은 지속적인 강팀이 되기를 원하는 팀들이 참고해도 좋을 모델이다.
선수 육성에 관심이 많았던 두산은 OB 시절이던 1983년 프로야구 최초로 2군 팀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김승영 사장은 "경창호 전 사장님 시절부터 선수를 키우는 일에 관심이 많았다. 2군 경기장이라는 것도 우리가 최초로 갖고 있었다. 창단(1982년) 이듬해에 이천 OB맥주 공장 옆에 당시로서는 정말 좋은 2군 경기장을 만들어서 썼다"고 설명했다.
IMF 시대를 거치면서 OB맥주가 두산의 손을 떠났고 당시 야구장의 모습도 지금은 볼 수 없지만, 두산의 육성 시설은 늘 리그 최고 수준이었다. 각 구단 2군 전용 훈련시설이 거의 없다시피 했던 2005에도 두산은 이천 베어스필드에 잠실구장 규모의 메인 경기장은 물론 실내연습장과 클럽하우스, 웨이트 트레이닝장, 물리치료실 등을 갖추고 있었다.

지금은 더욱 화려하다. 지난해 완공된 베어스파크는 1군 못지않은 경기장과 더불어 최첨단 기술이 접목된 훈련과 재활 시설로 가득하다. 또한 조명과 숙소까지 모두 있어 늦은 시간에도 원하면 언제든 야구를 할 수 있다. 김 사장은 "과거에는 2군 연습장은 있었지만 합숙 시설이 없었다. 지금은 밤 늦게도 집중적으로 훈련할 수 있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육성의 첫 걸음은 선수 선발이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있듯, 선수를 스카우트하는 작업이 그 시작이다. 두산은 항상 방향성 있는 선수 선발로 체계적으로 팀 전력을 강화시켰다. 그리고 즉시 전력은 아니지만 미래에 팀의 주축이 될 핵심 유망주들은 이른 시점에 상무나 경찰청으로 보내 퓨처스리그에서 실전 경험을 쌓으며 기량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두산은 1군에서 뛸 수 있는 수준의 선수들 중 젊은 군필자가 가장 많은 팀이다. 투수 중에는 진야곱, 이현호, 김강률 등이 있고, 타자 중에서는 박건우, 허경민이 대표적이다. 팀의 간판인 민병헌, 양의지 등도 일찍 군대를 다녀온 케이스. 올해 제대한 김동한, 박세혁, 김인태, 이우성, 안규영 등은 다음 시즌 두산이 화수분 명성을 이어가게 해줄 자원들이다.
선수를 뽑는 과정에 있어서는 스카우트 팀에 전권을 준 것이 효과적으로 작용했다. 타 구단의 경우 현장의 요구가 지나치게 전달되어 조급한 선택을 하는 일도 종종 있는데, 두산은 매년 중점 포지션을 정하고 그 포지션을 위주로 지명해 팀의 약점을 집중적으로 보완한다. 좌완투수가 부족했던 팀이 좌완 왕국으로 변신한 것은 이현승(트레이드), 장원준(FA 계약), 허준혁(2차 드래프트) 등 외부 영입의 영향도 있었지만 유희관, 진야곱, 이현호, 함덕주 등 길러낸 선수들의 힘이 컸다.
선수 선발부터 육성, 그리고 관리까지 이 모든 과정의 실무를 두루 경험한 김태룡 단장의 경험은 화수분야구의 완성으로 이어졌다. 김 단장은 두산에서 총 3번의 우승을 경험했는데, 1995년에는 1군 매니저, 2001년에는 1군 운영팀장이었다. 김 단장은 이외에도 스카우트, 육성, 연봉협상, 외국인 선수 담당, 언론 홍보까지 안 맡은 보직을 찾기가 더 힘들 정도로 프런트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