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 성적은 만족할 만 하나 수능 점수는 기대 이하였다. 대입 수험생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정규 시즌과 한국시리즈에서 상반된 모습을 드러낸 삼성 라이온즈 외국인 3인방의 이야기다.
올 시즌 한국땅을 밟은 알프레도 피가로와 타일러 클로이드(이상 투수)는 나란히 10승 고지를 밟았다. 일본 무대에 진출한 릭 밴덴헐크 대신 외인 에이스 중책을 맡은 피가로는 150km대 광속구와 다양한 변화구를 앞세워 13승 7패를 거뒀다. 평균 자책점은 3.38. 야구에 만약이란 건 없지만 피가로가 어깨 피로 누적 증세로 두 차례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지 않았더라면 15승 달성도 무난했을 듯.
클로이드는 28차례 마운드에 올라 11승 11패(평균 자책점 5.19)로 비교적 잘 던졌다. 출산 휴가를 다녀온 뒤 주춤한 모습을 보였지만 그가 없었다면 삼성의 5년 연속 정규 시즌 1위 등극은 힘겨웠을지도 모른다.

야마이코 나바로(내야수)에게 2년차 징크스 따윈 없었다. 지난해 1번 중책을 맡으며 정확성과 파괴력을 고루 뽐냈던 나바로는 시즌 초반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우려를 낳았다. 나바로는 중심 타선에 합류한 뒤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득점 찬스가 되면 집중력이 더 좋아진다. 타점을 생산하는 게 즐겁다"는 게 나바로의 말이다.
올 시즌 타율은 2할8푼7리(534타수 126안타)에 불과했으나 48차례 대포를 쏘아 올렸다. 역대 외국인 타자 최다 홈런 신기록. 팀내 타자 가운데 가장 많은 타점(137)을 기록하기도. 주포지션은 2루수. 김상수가 전력에서 이탈했을때 유격수로 나서며 부상 공백을 지웠다.
삼성의 한국시리즈 직행에 큰 공을 세웠던 외인 3인방. 그러나 가을 무대에서의 활약은 낙제점에 가까웠다. 피가로는 두 차례 선발 등판에 나섰으나 1패를 떠안았다. 평균 자책점은 10.13. 직구 스피드가 눈에 띄게 떨어진 뒤 위력이 확 떨어졌다. 3차전에 선발 출격한 클로이드는 5이닝 3실점으로 고배를 마셨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MVP에 등극했던 나바로는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에서 타율 2할1푼1리(19타수 4안타) 4타점으로 침묵을 지켰다.
삼성은 두산에 1승 4패로 무너지며 5년 연속 통합 우승이 좌절됐다. 대대적인 개편이 예상되는 가운데 1년 단위 계약을 체결하는 이들의 잔류 여부도 좀 더 지켜봐야 하는 분위기다. 정확성과 파괴력을 고루 뽐낸 나바로의 잔류 가능성은 그나마 높은 편. 나바로 만한 선수가 없다는 게 다수의 의견이다. 지난해 일본 구단의 영입 대상에 포함됐으나 올해 들어 관심이 줄어들었다는 후문이다.
피가로는 직구 스피드 회복이 관건이다. 시즌 후반 때 보여줬던 모습이라면 내년에도 삼성 유니폼을 입을 가능성은 높다고 보기 힘들다. 반면 클로이드의 재계약 여부는 맑음보다 흐림에 가깝다. 상대 타자를 압도할 만한 위력적인 구위도 아니었다. 올 시즌의 아쉬움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전력 보강이 절실하다. 이 가운데 외국인 선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과연 내년에도 이들을 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