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33, 소프트뱅크 호크스)가 미국 진출을 전격 선언했다.
이대호는 3일 서울 장충동에 위치한 반얀트리 클럽 & 스파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향후 거취에 대해 밝혔다. 2001년 롯데 자이언츠에 입단해 KBO리그에서 활동하다 2012년 오릭스 버팔로스 유니폼을 입고 일본 생활을 시작한 이대호는 4년 간의 일본 활동을 마치고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기로 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주변에서 도와주신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최선을 다 한 결과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타국에서 외국인 선수로,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 살기 위해 노력했고, 주위의 도움으로 어려움을 극복했다. 지난주에는 일본시리즈 우승도 했는데, 개인적으로 MVP도 수상해 기뻤다"라고 말했다.

이어 "행복한 선수라고 생각한다. 어느덧 30대 중반이 되어 야구인생의 불꽃을 태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동경했던 메이저리그에 대한 꿈을 향해 마지막으로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소프트뱅크의 배려 속에 권리를 행사하게 됐고, 메이저리그 도전의 첫 발을 내딛게 됐다. 한국야구에서의 경험을 삼아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겠다는 일념을 갖고 진출을 성사시키려고 한다"고 밝혔다.
다음 시즌 5억엔에 달하는 연봉이 보장되었음에도 미국으로 진출하겠다는 결심을 한 것은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대호는 "개인적인 꿈은 항상 메이저리그에 있었다. 어느덧 나이도 30대 중반이기 때문에 올해가 아니면 힘들 것 같다. 가족들과 얘기도 많이 했는데 가장을 믿고 따르겠다고 해 결정하게 됐다"고 전했다.
에이전트사인 MVP스포츠그룹의 도움도 있었다. 이 에이전시는 미국 내에서도 알버트 푸홀스(LA 에인절스), 조이 보토(신시내티 레즈) 등을 거느리고 있는 유명 에이전시다. 이대호는 "MVP는 유명한 에이전시다. 8월부터 에이전트와 교류는 있었다. 그땐 생각이 없었지만 언제까지 꿈도 접을 수는 없었다. 잘 된 일인 것 같다"고 말을 이었다.
일본에 남는 것과 비교해 더 나은 대우가 보장되어 있지 않지만 도전과 꿈에 의의를 뒀다. "일본 진출할 때부터 마음은 미국 진출을 생각했다. 그러나 여의치 않았고, 시즌 끝난지 4일 정도 됐는데, 그 전에는 팀 우승만 생각하고 야구를 했다. 마음은 항상 있었지만 해야겠다는 생각보다 처한 상황을 먼저 봤다. 이틀 전 에이전트와 이야기하면서 확실한 마음을 먹었다"는 것이 이대호의 의견이다.
2+1 계약을 맺은 소프트뱅크와의 계약은 자신의 메이저리그 진출 선언으로 인해 끝나게 됐지만, 미국 진출이 불발될 경우 돌아갈 곳 역시 소프트뱅크다. 미국에 가지 못할 경우 소프트뱅크로 돌아가고 싶다는 뜻을 드러낸 이대호는 "너무 행복했다. 후쿠오카에 가면 모든 시민들이 소프트뱅크를 좋아한다. 코칭스태프나 선수들도 한국어로 말을 걸어주는 것이 감사했다. 우승을 위해 소프트뱅크를 선택했는데 우승해서 행복하다"며 팀에 대한 애정도 보였다. /nick@osen.co.kr
[사진] 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