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이 대표팀에 합류하면 등번호를 정해야 한다. 그런데 이게 가끔은 교통정리가 필요할 때가 있다. 각자 소속팀에서 달던 번호를 지키고 싶어하는데, 겹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표팀에서는 52번과 47번이 인기 번호다. 52번은 김재호(두산)와 박병호(넥센)가 소속팀에서 달던 번호고, 47번은 강민호(롯데)와 나성범(NC)가 겹친다. 대표팀에서는 김재호가 52번을 달고 대신 박병호가 3번을 선택했으며, 강민호가 47번을 유지했고 대신 나성범이 17번으로 옮겼다.
52번은 많은 선수들이 애용하는 번호다. 이번 대표팀에는 빠졌지만, 김태균(한화)의 등번호도 52번이고, 댄 블랙(kt)도 52번을 달고 올 시즌을 뛰었다. 김재호는 1년 후배 박병호의 양보를 받고 52번을 달았다.

3일 고척스카이돔에서 만난 김재호는 "병호가 양보를 해줬다"며 "국민타자의 번호를 내가 빼앗은 것 같다"며 민망해했다. 박병호도 1년 선배 김재호에게 기꺼이 번호를 양보했다.
김재호는 "52번을 다니까 두산 팬들은 좋아하더라"면서 "큰 경기(한국시리즈)를 하고나니 대표팀에서도 편하게 느껴진다. 오히려 (한국시리즈는) 상대팀에 선배가 있어서 조심스러운 것도 있는데, 여기 상대팀들은 그런 건 신경 안 써도 되는 것 아니냐"며 웃었다.
이번 대표팀에는 두산 선수만 8명이 포진했다. 며칠 전까지 혈투를 벌였던 삼성 선수들과 다시 만난 김재호는 "대표팀에 온 삼성 선수들이 어차피 다 후배니까 그들이 눈치를 볼 것이다. 대표팀에 오니까 다들 축하를 해주더라"고 말했다.
끝으로 김재호는 "여긴 나라를 대표해서 온 것이다. 성적을 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면서 이번 대회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cleanupp@osen.co.kr
[사진] 고척=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