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33, 소프트뱅크 호크스)가 메이저리그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이에 일본에서도 관심이 뜨겁다.
이대호는 지난 3일 서울 장충동에 위치한 반얀트리 클럽 & 스파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향후 거취에 대해 밝혔다. 2001년 롯데 자이언츠에 입단해 KBO리그에서 활동하다 2012년 오릭스 버팔로스 유니폼을 입고 일본 생활을 시작한 이대호는 4년 간의 일본 활동을 마치고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기로 했다.
일본 언론도 이대호의 메이저리그 진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3일 기자회견장에도 방문한 니시닛폰신문의 나카노 유우사쿠 기자는 일본 내 이대호의 입지에 관한 질문에 "후쿠오카에서 직접 경기를 보며 취재한 것은 아니지만 이대호는 일본에서도 4번으로 입지를 확실히 다진 선수다. 올해는 우치카와와 4~5번을 번갈아 쳤지만 틀림 없이 일본을 대표하는 4번타자라 할 수 있다"라고 답했다.

이어 "이대호가 귀국하는 날에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것이라고 기사를 썼는데, 일본 내에서도 반응이 뜨겁다. 구단에서는 일본시리즈 3연패를 위해 꼭 필요한 선수라 남았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이대호의 꿈이 메이저리그 진출이라는 것은 보도를 통해 알고 있었다. 소프트뱅크 팬들도 (팀 전력 약화를) 걱정하며 아쉬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대로 일본에서도 이대호의 빅리그 도전은 큰 이슈다.
이대호는 파워도 있지만 정교함이 더 인정받고 있다. 일본에서 뛴 4년간 통산 타율이 2할9푼3리에 달한다. 올해 31홈런을 기록하는 등 4년간 98홈런을 날렸고, 정규시즌에만 570경기에 나섰을 정도로 부상이 없다는 점 역시 장점이다. 최근에는 일본시리즈 MVP에 오르며 큰 경기에 강한 이미지도 쌓았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무조건적 낙관은 하고 있지 않다. 나카노 기자는 "일본에서는 이대호가 빠른 선수가 아니라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주력이 중요한데, 그 점에서 마이너스다. 일본 선수 중 미국에서 성공했다고 볼 수 있는 스즈키 이치로, 마쓰이 가즈오, 아오키 노리치카 등은 수비도 되고 달릴 수 있는 선수다"라고 밝혔다.
또한 "메이저리그에서 그 정도 덩치를 가진 선수는 대부분 프린스 필더 같은 홈런타자인데, 일본에서는 4번이지만 이대호를 중거리 타자로 보고 있다. 비슷한 체형 중 일본에서 메이저리그로 간 선수는 후쿠도메 고스케가 있다. 일본에서는 거포라고 했지만 그래도 적응하기가 힘들었다"라는 상세한 설명도 추가했다.
이대호가 스피드를 내세우는 유형의 선수가 아님에도 주력이 큰 비중을 차지할 수 있는지 반문하자 그는 "평균 이상 하려면 달릴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중거리 타자기 때문에) 2루타를 만들기 위해서도 그렇고, 홈런을 치지 못하면 뛰어서 홈까지 들어와야 하므로 매우 중요한 능력이다. 이 점에 대해 미국에서 관계자나 전문가들이 어떻게 평가할지가 관건이다"라고 평했다.
나카노 기자의 의견대로 미국에서도 이대호를 중거리 타자로 생각한다면 달릴 수 있는지 여부가 의외로 중요한 평가 항목이 될 수 있다. 홈런을 펑펑 터뜨리지 않는 타자라면 2루타를 생산할 수 있는 갭 파워가 중요한데, 발이 느리면 펜스까지 가는 좋은 타구를 치고도 1루에 머물러야만 한다. 그럴 경우 공격력에서 가치가 기대보다는 떨어지게 된다.
물론 일본에서 31홈런을 쳤으니 거포로 분류할 수도 있겠지만 미국야구에 확실히 적응하기 전까지는 중거리 타자라는 시각도 일리가 있다. 일례로 마쓰이 히데키는 2002년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50홈런을 때렸지만, 뉴욕 양키스 유니폼을 입은 첫 해인 2003년 16홈런에 그쳤다. 하지만 이듬해 31홈런을 포함, 빅리그에서 뛰는 동안 다섯 번이나 20홈런을 넘겼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