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의 2015 시즌은 성적과 흥행 모두 아쉬움을 남겼지만 성공을 거둔 점도 있으니 바로 외국인선수다. 조쉬 린드블럼과 브룩스 레일리는 각각 우-좌 원투펀치를 이루며 롯데 마운드를 지탱했고 외야수 짐 아두치는 구단 역사상 최초의 20-20클럽 달성자로 이름을 남겼다.
이들의 성공 뒤에는 라이언 사도스키 스카우트 코치가 있었다. 항간에 알려진 것처럼 롯데 외국인선수 3명의 영입에 사도스키가 모두 관여한 것은 아니다. 린드블럼은 수 년 전부터 롯데 구단이 영입에 공을 들인 선수이며, 레일리는 스카우트 추천을 받은 이종운 전 감독이 직접 도미니카에서 보고 고른 선수다. 아두치 정도가 사도스키가 직접 추천한 선수다.
대신 사도스키 코치는 이들의 한국 적응 '멘토'가 되어줬다. 우선 KBO리그를 존중하도록 철저하게 주입했으며, 적응에 필요한 물심양면 도움을 줬다. 미국 현지에서 또 다른 외국인선수들을 점검하는 게 사도스키 코치의 첫 번째 임무였지만, 종종 한국으로 와 외국인선수들과 만나 마음을 다잡아줬다. 덕분에 외국인선수 3인방은 내년에도 롯데와 함께할 수 있게 됐다.

사도스키 코치는 잘 알려졌다시피 롯데와 선수로 연을 맺었다. 2010년 입단, 첫 해 10승 8패 169⅔이닝 평균자책점 3.87로 활약했다. 이듬해에는 11승 8패 140⅓이닝 평균자책점 3.91을 기록했고, 한국에서의 마지막 해였던 2012년에는 부상 속에 8승 8패 1홀드 150이닝 평균자책점 4.32를 남겼다. 한국에서 선수로 뛸 때부터 사도스키는 선수 능력을 보는 눈이 대단했다. 2013년 WBC에서 네덜란드 대표팀에 한국 대표선수 전력분석 자료를 전달한 건 유명한 일이다. 이러한 능력을 눈여겨 본 롯데 구단은 처음으로 외국인선수를 자팀 코치로 정식 영입했고, 그 효과를 톡톡히 봤다.
그리고 KBO 리그에 '외국인선수 출신 코치'가 또 한 명 등장했다. 삼성과 넥센에서 활약했던 브랜든 나이트가 주인공이다. 넥센은 3일 나이트를 2군 총괄 투수코치로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나이트는 내년 1월 넥센의 스프링캠프에 맞춰 합류할 예정이다. 나이트 역시 넥센에서 성공사례를 만들 수 있을까.

나이트는 2009년 7월 루넬비스 에르난데스의 대체선수로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으며 한국과 첫 인연을 맺었다. 삼성에서는 2010년까지 뛰었고, 이후 넥센 히어로즈와 계약해 2011년부터 2014년 5월까지 활약했다. 2012년은 그의 커리어하이 시즌인데, 30경기에 출전해 208⅔이닝을 소화하며 16승 4패 평균자책점 2.20으로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나이트는 고질적인 무릎부상 때문에 2013년에는 12승 10패 평균자책점 4.43으로 성적이 떨어졌고, 2014년 6경기에 나와 1승 2패 평균자책점 5.52에 그치면서 KBO 리그와 잠시 작별을 하게 됐다.
나이트가 한국에 다시 돌아오기까지는 1년 반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 사이 나이트는 자신의 모교인 캘리포니아 옥스나드 부에나 고등학교에서 투수코치로 활약했다. 사실 나이트는 현역 시절부터 동료 투수들에게 가르쳐주는 걸 즐겨했다. 2007년과 2008년에는 모교인 벤추라 칼리지에서 잠시 투수코치로 활동했고, 작년 현역생활을 마감한 뒤에는 부에나 고등학교와 벤추라 칼리지에서 '나이트 피칭 스쿨(Knight Pitching School)'을 열어 끊임없이 지도자로 활동했다.
나이트에게 지도자로서 영향을 준 인물은 뉴욕 양키스 레전드 투수인 멜 스타틀마이어다. 2001년 나이트는 양키스에서 빅리그 데뷔를 했는데, 당시 스타틀마이어 투수코치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이후 나이트는 기회가 닿을 때마다 어린 선수나 하위리그 선수들을 찾아가 가르치는 걸 멈추지 않았다. 나이트는 투구 기술적인 부분부터 동기부여까지 꼼꼼하게 챙기는 코치다.
넥센이 이번에 나이트를 2군 총괄 투수코치로 영입한 건 이와 무관하지 않다. 나이트는 지금까지 미국에서도 성인보다는 유망주들을 대상으로 코치를 했는데, 넥센은 젊은 투수들의 기량을 체계적으로 성장시켜줄 인물로 나이트를 선택했다. 2군 총괄 투수코치는 2군 선수들뿐만 아니라, 3군과 재활군 까지 모두 책임지게 된다. 말 그대로 넥센 투수들의 미래를 나이트에게 맡긴 것이다.
KBO 리그는 현재 코치난에 시달리고 있다. 롯데와 넥센처럼 자팀 출신 외국인선수를 코치로 영입하는 건 인력난을 타개할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미 롯데는 효과를 봤고, 넥센 역시 기대를 하고 있다. /cleanupp@osen.co.kr
[사진] 유소년 선수를 지도하고 있는 나이트. '나이트 피칭 스쿨'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