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청소년들이 일본을 놀라게 했다.
지난 3일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돔에서는 일본 최대 규모의 티볼 대회인 제21회 홋카이도지사배 티볼 대회가 열렸다. 초등학생과 장애인팀 등 총 72개 팀이 참여하는 이번 대회에는 우리나라의 '롯데리아 페스티볼' 우승팀인 서재초등학교와 올해 한국티볼연맹회장배 티볼 대회 우승팀 노일초등학교, 그리고 '롯데리아 페스티볼' 연합팀이 참가했다.
티볼은 야구와 비슷하지만 티(Tee)에 연식 야구공을 놓고 치는 경기이기 때문에 맞아도 아프지 않고 슬라이딩이 금지돼 있는 등 부상 위험이 거의 없어 학생들에게 장려되는 스포츠다. 이번 대회에서는 다양한 경기 방식 중 한 이닝당 9명의 선수 전원이 한 번씩 치는 '전원타격제'가 채택됐고 한 경기에 2이닝 씩 진행됐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팀이 경기를 치르기 시작하면서 장내가 술렁거렸다. 토너먼트부터 시작한 서재초는 특히 경기마다 일본 감독들과 선수들의 눈길을 끌었다. 그중에서도 180cm의 장신인 서재초 6학년 박종혁 군은 6경기에서 12타석 9홈런을 기록하는 '파워'로 일본 선수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급기야 한국팀이 경기를 하면 일본 감독들이 선수들을 데려와 "공의 어떤 부분을 때려야 하는지 보라", "어떻게 스윙을 하고 있는지 보라"며 이론 대신 실전 '수업'을 하기도 했다. 서재초와 첫 경기를 치른 마쓰이 오타루시 레식스 오쿠자와 감독은 "모두 몸이 크고 힘이 있다. 발도 빠르다"고 한국 선수들에 대한 느낌을 전했다.
시바타 하야토 일본티볼협회 관계자 역시 "한국 선수들은 파워도 있고 잘 치는데 특히 야구를 잘 알고 경기에 임하는 모습이다. 수비도 한 점을 덜 주는 수비가 잘 되고 있다. 보면서 굉장히 인상깊었다"고 말했다.
그 사이 한국 야구 관계자들은 다른 부분에서 일본의 야구에 감탄했다. 이번 대회에서 5개 초등학교로 구성된 연합팀의 감독을 맡은 조용준 MBC 해설위원은 "야구는 결국 야구공과 배트를 자기 생각대로 가지고 놀 줄 알아야 하는데 일본선수들은 어렸을 때부터 티볼을 통해 즐겁게 야구를 접하고 자주 하면서 그런 성장이 잘 이뤄진다. 야구에 대한 예의도 몸에 밴 것 같다"고 일본 선수들을 칭찬했다.
학생들을 인솔해 이번 '허구연의 롯데리아 페스티볼 삿포로 티볼 대회 참가' 행사를 이끈 허구연 KBO 야구실행발전위원장 역시 "일본은 이렇게 70여개 팀을 모아 자주 대회를 열고 티볼을 하게 하면서 야구 인재를 기르는 시스템이 잘돼있다. 우리나라 야구 관계자들이 보고 배워야 할 부분"이라고 전했다.
이날 대회에서는 6전 전승을 기록한 서재초가 우승을 차지하면서 2년 연속 '롯데리아 페스티볼' 우승팀이 홋카이도지사배 티볼 대회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야구의 기반을 닦을 수 있는 티볼은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초등학교 스포츠 클럽의 일환으로 보급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홍보와 기반 다지기에서 갈길이 먼 한국이 보기엔 부러운 '기초 스포츠 강국' 일본이었다. /autumnbb@osen.co.kr
[사진] 서재초 박종혁 군이 타구를 날리는 모습을 일본 선수들이 바라보고 있다./롯데리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