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친선전이었지만 성인 대표팀 데뷔전이 너무 강렬했다. 이대은(25, 지바 롯데)의 이야기다. 이에 이대은을 눈으로 보지 못했던 KBO 리그도 놀랐다. 당장은 어렵겠지만 만약 KBO 리그에 온다면 거액을 손에 쥘 가능성도 있다는 데 많은 관계자들이 공감하고 있다. 근거도 있다.
이대은은 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쿠바와의 ‘2015 서울 슈퍼시리즈’ 첫 번째 경기에서 4이닝 퍼펙트 피칭으로 경기 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3-0으로 앞선 4회 선발 김광현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이대은은 4이닝 동안 단 한 명의 타자도 루상에 내보내지 않는 완벽한 피칭으로 이날 승리투수가 됐다.
일본프로야구에서는 자주 볼 수 있었던 투구였지만 실제 관계자들과 팬들 앞에서 투구를 하기는 처음이었다. 고교 이후 곧바로 MLB 무대에 도전해 KBO 리그에서는 뛴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기 내용은 수준급이었다. 빠른 공 최고 구속은 153㎞까지 나왔다. 빠른 공과 짝을 이루는 포크볼도 140㎞ 정도까지 나오며 쿠바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었다. 물론 쿠바도 최정예가 아니고 실전감각이 떨어져 있었지만 100% 상태가 아닌 것은 이대은도 마찬가지였다.

경기를 지켜본 안치용 대표팀 전력분석위원 및 KBSN 해설위원은 “놀랐다”라고 이날 이대은의 투구를 정리했다. 안 위원은 “기본적으로 150㎞를 저렇게 쉽게 던질 수 있는 투수는 KBO 리그에 별로 없다”라면서 “생각보다 여유있게 공을 던지는 모습도 좋다”라며 높은 점수를 줬다. 김인식 감독도 “걱정을 했는데 생각보다 잘 던졌다”라고 눈도장을 찍었다.
이런 이대은은 당분간은 KBO 리그로 돌아올 수 없는 신세다. 규약 때문이다. 현행 야구규약 105조 2항에 근거, 고교 졸업 이후 외국 프로야구 구단(미국, 일본, 대만 등)과 계약을 한 선수는 국내 복귀시 2년간 국내의 어떤 구단과도 계약을 할 수 없다. 이대은은 고교 졸업 후 곧바로 미국으로 건너갔다.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는 군 복무 등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2년을 쉬거나, 혹은 미국·일본·대만이 아닌 다른 리그에서 2년을 뛴 뒤 한국으로 돌아와 신인드래프트에 임해야 한다. 어느 쪽이든 쉬운 길은 아니다.
관계자들이 아쉬워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날 이대은의 투구를 처음으로 현장에서 지켜봤다는 한 구단 전력분석원은 “기본적으로 쿠바 타자들의 컨디션이 100%이지는 않았을 것 같다. 이런 경우 생소함을 무기로 한 투수들이 더 잘 던질 수 있는 여건이다. 좀 더 지켜봐야 한다”라고 전제하면서도 “150㎞를 던질 수 있는 토종 우완이 KBO에 몇이나 되겠는가. 여기에 큰 키에서 나오는 포크볼의 위력도 좋다. 일본에서도 10승에 근접한 성적을 냈으니 한국에서도 부상 없이 뛴다면 두 자릿수 승수가 가능할 것”이라고 칭찬했다.
이런 선수가 만약 FA 시장에 나온다면 4년 기준 70억 원 이상도 무리는 아니라는 평가다. 최근 FA 시장에서는 윤석민(KIA, 4년 90억 원), 장원준(두산, 4년 86억 원), 윤성환(삼성, 4년 80억 원) 등 선발투수들이 대박을 터뜨렸다. 물론 이대은이 현 시점에서 FA 자격을 취득할 방법은 없다. 있다 하더라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현실성은 없는 이야기다. 한 관계자는 “선수가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컵스에서 보낸 시간과 현재 규약상 제약이 아쉽다”라고 말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