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현(37·롯데)이 7년 만에 만난 쿠바를 상대로 명불허전의 투구를 펼쳤다.
정대현은 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5 서울 슈퍼시리즈' 쿠바와 평가전 2차전에서 8회말 구원등판, 1이닝 2탈삼진 무실점 퍼펙트로 호투했다.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결승전 이후 7년 만에 이뤄진 쿠바와 리턴매치에서 여전히 위력적인 투구로 쿠바 타선을 잠재웠다.
정대현은 지난 2008년 8월23일 중국 우커송구장에서 열린 쿠바와 올림픽 결승전에서 한국야구 역사상 최고의 순간을 장식했다. 3-2로 리드한 9회말 1사 만루에서 쿠바 최고타자 율리에스키 구리엘을 상대로 3구째 싱커를 구사, 6-4-3 병살타로 경기를 끝내며 금메달을 견인했다.

그로부터 7년의 시간이 흐른 이날 정대현이 다시 쿠바를 상대로 마운드에 올랐다. 7년 전 정대현에게 막혀 끝내기 병살을 쳤던 구리엘도 덕아웃에서 그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구리엘이 7회 타석을 소화한 바람에 정대현과 재대결은 성사되지 않았다.
정대현은 첫 타자 야시엘 산토야를 3구 삼진으로 가볍게 돌려세웠다. 낮은 각도에서 바깥쪽으로 흘러가는 슬라이더에 헛스윙 삼진. 이어 유리스벨 그라시알도 3구 만에 아웃시켰는데 4구째 슬라이더에 속절없이 방망이가 따라 나와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여세를 몰아 프랑크 모레혼도 초구에 3루수 내야 플라이로 처리하며 삼자범퇴로 8회를 끝냈다. 총 투구수는 8개에 불과했으며 스트라이크 7개, 볼 1개. 쿠바 타자들이 4번이나 헛스윙을 할 정도로 정대현의 변화무쌍한 공에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
쿠바는 이날 한국에 3-1로 승리하며 전날 패배를 되갚았지만 7년 전 금메달을 가로 막은 정대현의 벽을 다시금 실감했다. 어느덧 만 37세 대표팀 최고참이 된 정대현이지만 쿠바 킬러임을 재확인하며 건재를 과시, 프리미어12에서도 불펜 주축으로 활약을 예고했다. /waw@osen.co.kr

[사진] 고척=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