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표팀 언더핸드 투수 정대현(37)은 국제대회에서 인상깊은 활약을 이어갔다. 성인 대표팀 선수로 처음 발탁됐던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경희대 4학년으로 참가, 선발로 2경기에 나오면서 13⅓이닝 2실점 평균자책점 1.35로 맹활약을 했다.
대표팀 활약을 등에 업고 2001년 프로무대에 뛰어들었고, 이후에도 정대현의 대표팀 활약은 계속됐다. 2006년 WBC에서는 3경기 3⅓이닝 2실점, 평균자책점 5.40을 기록했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3경기 2세이브 4이닝 1실점 평균자책점 2.25를 올렸다. 쿠바와 가진 결승전 9회말 1사 만루에서 율리에스키 구리엘을 병살로 잡아낸 건 한국에서 야구경기가 열리는 한 영원히 회자될 장면이다.
이후 정대현은 2009년 WBC 3경기 1⅔이닝 무실점,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2경기 1승 1⅓이닝 무실점, 2013년 WBC 2경기 1⅓이닝 무실점 등 3개 대회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덕분에 정대현은 대표팀 총합 15경기에 출전, 25이닝 5실점 평균자책점 1.80을 기록하고 있다.

이번 대표팀에서 정대현은 최고참인 것과 동시에 가장 많은 국제경기에 출전했던 선수이기도 하다. 당연히 정대현이 해줘야 할 역할이 작지 않다. 그래서 정대현은 대표팀 합류를 하루 앞뒀던 지난 달 25일까지 사직구장에 계속 나와서 공을 던지며 컨디션을 점검했다.
당시 정대현은 "오히려 시즌 때보다 지금 공이 좋다"고 말했다. 투구간격을 조정하면 구위가 좋아지는 정대현은 시즌이 끝난 뒤 충분한 휴식을 취했고, 지금은 최고의 컨디션으로 대회 개막을 기다리고 있다. 김인식 감독도 대표팀에서 가장 구위가 좋은 투수로 정대현을 꼽은 바 있다.
5일 정대현은 베이징 올림픽 이후 7년 만에 다시 만난 쿠바 타자들을 손쉽게 돌려세웠다. 8회말 등판해 첫 타자 야시엘 산토야를 3구 삼진으로, 유리스벨 그라시알은 4구 삼진으로 처리했다. 여기에 프랑크 모레혼까지 초구로 내야플라이 아웃을 잡아내 고작 공 8개로 쿠바 타선을 눌렀다. 춤추는 정대현의 공에 쿠바 타자들은 타이밍조차 잡지 못했다.
국제대회에서는 보통 투수가 타자보다 유리하다. 정보에서 투수가 앞서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대현은 일본 정도를 제외하면 보기 드문 정통파 언더핸드 투수다. 단기전에서는 더욱 타이밍을 맞추기가 까다로운 유형의 투수다. 게다가 지금 정대현은 컨디션까지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정대현이 이번 슈퍼시리즈 대표팀의 마지막 투수로 등판했다는 점은 많은 걸 시사한다. 이번 대회에서도 맨 마지막에 등판하는 투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지금 정대현의 컨디션이라면 타자들을 이겨내기에는 충분하다. /cleanu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