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와의 두 차례 친선전에서 야구 대표팀의 대략적인 윤곽은 모두 드러났다. 다만 아직 확정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 손아섭(롯데) 허경민(두산) 우규민(LG) 정대현(롯데)의 상태에 따라 지금껏 구상해왔던 틀이 조금은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야구 대표팀은 오는 8일 개막할 ‘프리미어12’를 앞두고 4일과 5일 쿠바와의 친선전을 통해 실전 감각과 팀워크를 끌어 올렸다. 4일에는 6-0으로 완승했고 5일에는 1-3으로 져 1승씩을 주고받았다. 전체적으로 우려했던 마운드 전력의 안정화를 확인한 것은 가장 큰 소득이었다. 실전 감각이 떨어져 있었던 타선도 감을 끌어올린 채 결전지인 일본 삿포로로 향한다.
당초 부상 및 여러 악재들로 이번 대표팀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던 코칭스태프였다. 전체 멤버가 소집돼 손발을 맞춘 것은 불과 3일밖에 되지 않았다. 쿠바와의 ‘서울 슈퍼시리즈’가 시작되기 전에는 대략적인 스케치만이 가능했던 이유다. 하지만 두 경기에서 김인식 감독 및 코칭스태프가 그리는 윤곽은 어느 정도 드러났다.

테이블세터는 이용규(중견수)와 정근우(2루수)라는 ‘독수리’들이 포진한다. 두 선수는 발이 빠르고 작전수행능력이 좋다. 한화에서 한솥밥을 먹는 만큼 호흡에도 기대가 걸린다. 중심타선은 김현수(좌익수) 이대호(지명타자) 박병호(1루수) 라인이 유력시된다. 하위타선은 상대에 따라 약간의 변동은 있겠으나 3루수(황재균)와 포수(강민호)가 포진한다. 나머지 두 자리가 우익수와 유격수인데 변수가 있다.
정교함에서 더 나아 두 경기 모두 선발로 뛴 손아섭은 2경기에서 썩 좋은 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1차전 첫 타석에서 안타를 신고한 뒤 나머지 8번의 타석에서 볼넷 하나를 골랐을 뿐이었다. 2차전에서는 수비 포지션 실험상 좌익수로 출전했으나 땅볼만 네 개를 쳤다. 2경기에서 3안타를 친 나성범과의 마지막까지 경합할 것으로 보인다. 상대 유형에 따라 두 선수가 출전 시간을 나눠 갖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좌측 내야에서는 ‘대체 선수’ 허경민이 강력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허경민은 한국시리즈 이후 몸 상태가 좋지 못해 대표팀에서 빠진 박석민의 대체 선수로 대표팀에 막차 합류했다. 그런데 단일시즌 포스트시즌 최다 안타의 주인공이 된 기세를 대표팀에서도 이어가고 있다. 1차전에서 1타수 1안타, 2차전에서 2타수 2안타를 쳐 100% 출루했다. 한 관계자는 “이 정도 타격감이라면 지금은 어디에서든 허경민의 자리를 만들어줘야 할 판”이라고 놀라워했다.
당초 허경민의 쓰임새는 3루와 유격수 백업이었지만 2차전에서는 유격수로 선발 출장한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 공격적인 라인업을 짜야 할 때 황재균과 허경민을 동시에 쓸 수 있을지에 대한 실험이다. 현재 김상수는 전반적으로 몸 상태가 썩 좋지 않은 상황으로 컨디션 회복 중이다. 김재호는 수비에서는 가장 좋은 옵션이지만 공격에서는 허경민이 앞선다는 것이 전체적인 평가다. 이 또한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마운드에서는 우규민 정대현의 상태가 중요해졌다. 우규민은 2차전 선발로 나섰으나 투수 강습 타구에 오른쪽 손목과 손등 부위를 맞으며 대표팀을 깜짝 놀라게 했다. 다행히 단순 타박상으로 판정됐지만 대회를 앞두고 악재가 생긴 것은 분명하다. 기본적으로 2차전 투구 이닝이 너무 짧아 몸도 제대로 풀지 못했다. 타박상이라고 해도 당분간은 욱신거릴 수 있는 만큼 컨디션 조절도 비상이 걸렸다. 대표팀은 최악의 경우 교체까지 검토 중이다. 우규민이 정상 컨디션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대표팀은 선발 라인업과 운영 계획을 다시 짜야 할 판이다.
정대현은 마무리 보직의 가장 강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쿠바와의 2차전에서 공 8개로 1이닝을 정리하며 여전히 국제대회에 강한 면모를 선보였다. 시즌에는 부상 여파로 다소 부진했지만 현재 대표팀 불펜 투수 중에서는 가장 컨디션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대현은 최근 국제대회 9경기에서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정우람 이현승도 마무리 후보고 시즌 성적은 더 좋았지만 정대현의 경험은 무시할 수 없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