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대회에서든 가장 어려운 것은 첫 경기다. 감각도 조금은 떨어질 수 있고 긴장도 되기 때문이다. 프리미어12 야구대표팀 타선도 그런 기로에 섰다. 개막전에서 다소간 고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성패는 얼마나 빨리 감각을 끌어올리느냐에 달렸다.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야구대표팀은 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대회 공식 개막전(8일)이 열리는 삿포로로 출국했다. 김인식 감독은 출국 전 인터뷰에서 “아무래도 개막전이 가장 신경 써야 할 경기가 아닌가 싶다”라며 개막전 승리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대회 개막전에서 일본을 잡는다면 조 1위 통과 전망이 밝아짐은 물론 단번에 큰 기세까지 만들 수 있다. 선수들도 8일 개막전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쿠바와의 ‘2015 서울 슈퍼시리즈’ 2경기에서 단 3실점만을 한 마운드는 예상보다 좋은 컨디션이었다. 김인식 감독도 “투수들을 두루두루 점검한 것은 수확”이라고 밝혔다. 김광현 혹은 이대은이 선발로 나설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기는 흐름으로 가면 두 선수를 모두 몰아넣어 개막전 필승 카드로 엮는다는 계획이다. 다만 타선은 아직 변수가 많다. 주축 타자인 이대호의 손바닥 부상에 감각이 완전치 않은 타자들이 있어서다.

이순철 대표팀 타격코치도 “아직 100% 상황은 아니다”라고 현 상황을 냉정하게 짚었다. 이 코치는 국내에서 손에 꼽히는 타격이론 전문가로 올 시즌은 해설위원으로도 현장을 누벼 선수들의 컨디션 주기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인물이라 더 새겨들을 만하다. 이 코치는 “한국시리즈까지 뛴 선수들은 괜찮다. 하지만 공백이 있었던 선수들은 아직 빠른 공에 대처하는 감각이 다 올라오지 않았다”라고 진단했다.
쿠바 선수들 중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들이 많았으면 했던 대표팀 코칭스태프의 바람도 이와 연관이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2차전 막판에 등판한 카노와 멘도사가 그나마 빠른 공이라고 할 수 있는 시속 140㎞ 중반 이상의 공을 던졌을 뿐 나머지 선수들은 대개 평균구속이 140㎞대 초반이었다. 당장 대표팀은 5일 열린 푸에르토리코와의 평가전에서 156㎞의 강속구를 던진 오타니 쇼헤이를 상대해야 한다. 오타니 뿐만 아니라 일본 투수들 대부분이 평균 140㎞ 중·후반의 빠른 공을 던진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 때문에 이 코치는 “개막전에서는 다소간 고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봐야 한다”고 현재 상황을 냉정하게 짚었다. 그러나 기술적·체력적 문제는 없을 것이라 내다봤다. 여기에 중요하기는 하지만 일본전도 어쨌든 예선 5경기 중 1경기다. 이 경기에서 진다고 해서 탈락하는 건 아니다. ‘3승=8강’ 공식은 견고해 보인다. 나머지 경기를 생각하면 오히려 첫 판에 좋은 투수들을 만나는 것이 적응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코치는 “첫 판이 어렵기는 하겠지만 대표팀 선수들은 기술적으로는 완성된 모임이다. 갈수록 감은 올라올 것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정상적인 타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시기가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분명 능력은 있는 선수들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물론 그 시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첫 경기부터 힘을 낸다면 이번 대회 내내 좋은 분위기가 이어질 공산도 커 보인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