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가고시마 특별캠프가 굵은 땀과 함께 진행되고 있다. 강도 높은 훈련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구단이 가장 관심을 보이는 것은 마운드 육성이다. 내년 마운드 전력의 변수가 많은 만큼 이번 캠프에서 최대한 많은 물자를 쌓는 것이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SK는 지난 1일부터 일본 가고시마현 사쓰마센다이시 종합운동공원에서 특별캠프를 열고 있다. 주축 및 재활 선수들, 그리고 휴식이 필요한 몇몇 선수들은 강화도에 본진을 차렸다. 5일 훈련, 1일 휴식의 일정으로 차분하게 시즌을 마무리하는 중이다. 반대로 집중적인 기량 향상 훈련이 필요한 1.5군급 및 유망주 선수들을 별동대 형식으로 가고시마에 보냈다. 예년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이원화 전략이다.
가고시마 특별캠프의 목표는 간단하다. 강도 높고 효율적인 훈련을 통해 신진급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60명에 가까운 선수들이 마무리캠프에 북적이면 아무래도 효율적인 훈련이 어렵다. 그러나 가고시마 특별캠프는 다르다. 시쳇말로 거의 대부분 ‘굴릴 선수’들만 데리고 갔다. 몇몇 주축 선수들은 스스로 자청하거나 구단의 전략적 계획에서 포함된 경우다. 그러다보니 훈련량이 강화에 비해 훨씬 많을 수밖에 없다.

당장 김용희 감독을 비롯한 내년도 1군 코칭스태프가 모두 가고시마로 향했다는 점에서 구단이 이 특별캠프에 거는 기대치를 잘 알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 눈여겨볼 것은 투수가 전체 선수단의 절반이 넘는 14명이라는 것이다. 박정배 신재웅 전유수 문광은 등 올 시즌 필승조에 속해 있었던 선수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선수들이다. 이들의 성장에 내년 SK 마운드의 깊이가 달려 있다.
군에서 제대한 정영일 문승원, 가능성을 내비친 박민호 윤석주, 왼손 릴리프 보강용으로 올해 중반 영입한 원용묵, 그리고 입단 3년차 이하의 신진급 선수들인 박세웅 봉민호 유상화 조한욱 김주한이 가고시마로 향했다. 이들은 조웅천 김원형 코치의 지도를 받으며 내년을 향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 선수들로서는 사실상 자리 경쟁이 벌써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SK는 올 시즌 4.71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해 리그 4위에 올랐다. 절대적인 수치를 봤을 때 나쁜 편은 아니다. 실제 최근 몇 년간 투수 자원에 집중한 덕에 자원 측면에서도 리그 상위권에 뽑힌다. 하지만 내년 전력을 마냥 낙관적으로 볼 수는 없다. 선발진은 백인식이 수술을 받았고 윤희상은 팔꿈치 재활 중이다. 부상자들은 아무래도 보수적인 시선을 견지할 수밖에 없다. 불펜도 정우람 윤길현 채병룡이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상황이다. SK는 이들을 잡기 위한 계획을 짜고 있지만 시장 상황은 장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최악의 상황에는 양쪽 모두 올해에 비해 무게감이 헐거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신진급 투수들의 성장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여기에 SK 투수진은 견고한 면모와는 별개로 젊은 피가 좀처럼 나오지 않고 있다. 2007년에 데뷔한 김광현이 투수조 막내를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정도다. 장기적으로도 마운드 육성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특별캠프가 끝날 때쯤 어떤 소식이 들려오느냐는 내년 SK 전망을 미뤄 짐작할 수 있는 하나의 메시지가 될 수도 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