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여파가 판매량 급감으로 나타나고 있다. 배출가스 조작 사태 이후 처음으로 한 달을 꽉 채워 집계된 판매량에서 감소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것. 미국 현지에서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사실이 드러난 것은 9월 18일이며 국내에서는 21일 본격적인 언론 보도가 이뤄졌다.
4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이하, KAIDA)에 따르면 10월 수입차 전체 판매는 1만 7423대를 기록했다. 전년 동월(1만 6436대)보다는 6.0% 증가했지만 직전 월인 9월과 비교해서는 14.5% 감소한 수치다.
6.0% 라는 수치는 그 전달과 비교해 보면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다. 전년 동월 대비 판매 증가율이 9월에는 19.7%, 자동차 시장 비수기인 8월과 7월에도 각각 10.7%, 14.3%였으며 상반기 마지막 달인 6월에는 무려 36.4%를 기록했다.

윤대성 KAIDA 전무에 따르면 10월 수입차 판매량 감소는 일부 브랜드의 물량 부족도 원인이었지만 역시나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여파가 컸다. 폭스바겐의 판매량 감소는 다수의 베스트셀링 모델 배출 등 그 동안 내수 수입차 시장을 이끌어 왔던 만큼 전체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했다.
폭스바겐코리아는 물량이 부족했던 5월(2522대)을 제외하고는 올해 월 평균 약 3000대를 팔았으며 6월에는 4321대로 최대치를 찍기도 했다. 또, 1월부터 9월까지 단 한번도 빼놓지 않고 베스트셀링 모델 TOP10에 ‘골프’ ‘파사트’ ‘티구안’ ‘제타’ 중 3종의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10월에는 단 한대도 순위권에 들지 못했다.
그나마 그룹명과 조작 사태의 시발점이었던 폭스바겐보다는 아우디의 사정이 조금 나은 편이나, 아우디 또한 판매량이 떨어졌다. ‘A6 35 TDI’와 ‘A6 45 TDI 콰트로’가 베스트셀링 순위에 오르긴 했지만 9월 대비 판매량이 약 1000대 줄어 27.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영국에서도 폭스바겐의 10월 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9.8% 떨어졌다. 10월 한 달 동안 폭스바겐은 영국에서 1만 3970대를 팔았으며 지난해 10월에는 1만 5495를 기록했다.
3000cc급 경유차가 추가 되기 전까지는 배출가스 조작 소프트웨어가 2000cc급 차량에 적용된 것으로알려져 폭스바겐 그룹 내 대중차 브랜드의 판매량 감소가 두드러졌다. 스코다는 감소세가 3%에 그쳤지만 세아트는 32.2%나 추락했다.
그룹 내 고급 브랜드인 아우디와 포르쉐, 벤틀리의 10월 판매량은 작년 동월보다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지만 최근 3000cc급인 포르쉐 ‘카이엔’에도 해당 소프트웨어 설치 사실이 알려져 업계서는 이후 폭스바겐 그룹의 고급 브랜드에도 판매 감소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도 폭스바겐의 10월 판매량이 절반 가량으로 줄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현지 언론들은 일본자동차수입조합(JAIA) 자료를 보도, "폭스바겐의 월 판매대수가 지난해 10월보다 48%나 떨어진 2403대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직전인 9월 5988대와 비교해서는 60% 판매량이 감소, 이에 벤츠와 겨루던 일본 수입차 시장 선두 경쟁에서 밀려나 2위도 아닌 3위에 그쳤다. 2위는 BMW가 차지했다. 폭스바겐의 월 판매대수가 3위로 떨어진 건 2008년 9월 이후 처음이다. 일본 현지 언론들도은 배출가스 조작 사태가 신뢰도와 구매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에서는 폭스바겐 그룹의 10월 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5.8% 증가했다. 이에 현지 언론들은 판매량을 집계, 발표하는 오토데이타의 설명을 인용 “폭스바겐 그룹이 배출가스 조작 이후 완전한 한 달 판매량이 처음으로 집계되는 10월 동안 업계 평균 이상의 보조금을 제공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10월 미국 자동차 시장 평균 보조금은 3108달러(한화 약 354만 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4%증가했다. 하지만 폭스바겐은 시장 평균보다 약 1000달러(약 114만 원)을 더 풀었다. 폭스바겐은 무려 52% 늘려 4192달러(약 477만 원)을, 아우디는 SUV 대상으로 70% 올린 2248달러(약 256만 원)의 보조금을 제공했다.
한편, 국내에서는 판매감소 타개책으로 폭스바겐코리아는 내수 시장 진출 이후 처음으로 전 차종 대상 무이자 할부와 무상 보증 기간을 기존 3년에 2년을 추가, 최대 5년을 제공하는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내놨다. /f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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