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두산)는 여전히 ‘국제대회 DNA’를 가지고 있음을 증명했다. 하지만 홀로 경기를 이끌어갈 수는 없는 게 야구다. 김현수의 앞뒤가 터져야 위력도 극대화될 수 있다. 좁게 보면 2번과 4번, 넓게 보면 테이블세터와 클린업의 활약이 절실하다.
김현수는 KBO 리그 최고의 타자 중 하나다. 이런 김현수의 최대 장점은 기복이 적다는 것이다. 어떤 투수든, 어떤 환경이든 자신의 스윙을 한다. 데뷔 후 3할 이상을 꾸준히 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이런 위력은 국제대회에서도 유감없이 드러난다. 생소한 투수, 생소한 환경에서도 자신의 몫을 꾸준하게 다했다. 환경마다 정확도가 다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 타자인데 김현수는 그런 것이 없었다. 그래서 가장 믿을 만한 타자다.
실제 김현수는 국제대회 성적이 가장 좋은 선수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 줄곧 국가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김현수는 통산 30경기에서 타율 4할4리를 기록했다. 30경기에서 42개의 안타를 때렸다. 홈런은 없지만 2루타 이상의 장타가 12개였고 타점은 19개나 된다. 김현수는 지난 4일과 5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쿠바와의 ‘2015 서울 슈퍼시리즈’에서도 좋은 타격감을 선보였다. 좌측 방향으로 날아가는 타구가 많았다. 무리하지 않고 결대로 밀어쳤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현수가 아무리 잘해도 앞뒤가 부진하다면 위력은 반감된다. 앞에서는 활발히 나가야 하고, 뒤에서는 출루율이 높은 김현수를 불러 들어야 한다. 대표팀 타선은 아직 이 점에서 보완점이 있다. 쿠바와의 2경기에서 테이블세터, 그리고 중심타선의 타율 자체는 그렇게 높은 편이 아니었다. 여기에 아직 실전감각이 덜 올라왔다는 지적도 있다. 감각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대회를 치르면서 계속 쌓아가야 한다.
김인식 감독은 이용규와 정근우(이상 한화)를 테이블세터로 신뢰하고 있다. 기본적인 출루율이 높은 선수들이고 작전수행능력도 있다. 소속팀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기에 호흡도 잘 맞는다. 몸 상태가 정상이라면 이대호(소프트뱅크)가 4번, 박병호(넥센)가 5번을 맡는다. 두 선수의 자리는 바뀔 수도 있지만 어차피 한국 최고의 타자들이다. 누가 4번에 들어가도 어색하지 않다.
결국 김현수의 활약을 ‘상수’로 본다면 이 선수들의 활약은 ‘변수’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국제대회 경험이 많다는 데 기대를 건다. 이용규는 국제대회에서만 총 31경기, 대표팀 주장인 정근우는 37경기를 뛰었다. 이용규는 타율 3할6리, 정근우는 3할1푼5리의 타율로 모두 3할을 웃도는 괜찮은 성적을 냈다. 역시 31경기에 나선 이대호는 타율 3할6푼8리, 6홈런, 33타점을 기록 중인 간판이다. 박병호도 지난 아시안게임에서 첫 성인대표팀 무대에 출전해 홈런 두 방을 날리며 4번의 몫을 했다. 8일 열릴 개막전에서 이 선수들을 동반 폭발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