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구(24, KCC)가 징계를 모두 마치고 떳떳하게 다시 코트에 섰다.
김민구는 지난 3일 고양체육관 보조경기장에서 벌어진 2015-2016시즌 KCC 프로농구 D리그 1차전에서 KCC 소속으로 뛰었다. KCC는 삼성에게 91-113으로 크게 졌다. 결과는 중요치 않았다. 김민구(19점, 11어시스트)는 전체 3순위로 지명된 고교신인 송교창(30점, 11리바운드, 3어시스트, 2스틸, 1블록슛)과 처음 호흡을 맞췄다.
무엇보다 김민구의 표정이 밝았다. 그간의 마음고생을 털고 이제 좋아하는 농구에 집중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몸 상태도 어느 때보다 좋아보였다. 김민구는 오른쪽 발목에 보조기를 착용하지 않고 34분 동안 마음껏 코트를 누볐다. 다소 무리한 상황에서 슛도 실컷 쏴봤다. KCC는 김민구가 경기감각을 회복할 수 있도록 D리그를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KBL은 지난 9월 8일 오후 재정위원회를 소집하고 지난 2014년 6월 7일 음주운전 사고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김민구에 대해 경고 조치와 함께 사회봉사활동 120시간의 징계를 내렸다. 경기출전금지나 벌금은 없었다.
김민구는 불과 나흘 뒤 SK와의 시즌 개막전 엔트리에 포함됐다. 봉사활동 징계를 이수하지 않은 상황에서 김민구는 3쿼터 코트에 섰다. 그는 3점슛 하나 포함, 8점, 3리바운드로 활약했다. 경기 후 추승균 감독은 김민구의 봉사활동에 대해 “차차 나중에 하면 된다”고 말해 파장을 키웠다.
KCC는 9월 13일 전주에서 KGC를 상대로 92-88로 짜릿한 첫 승을 신고했다. 김민구는 역시 12명의 엔트리에 포함됐다. 그가 뛰지는 않았지만, 언제든지 뛸 수 있는 상태로 벤치에서 대기했다. 팬들은 징계를 모두 이수하지 않은 김민구의 출전을 용서하지 못했다. 사과에 대한 그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온갖 비난이 뒤따랐다. 결국 구단은 9월 19일 오리온전을 마지막으로 김민구를 기용하지 않았다. 김민구는 한달 여 공백동안 봉사활동부터 모두 마쳤다.
김민구를 만나 봉사활동에 대해 물었다. 그는 처음에 “내가 아무리 힘들다고 이야기해도 나 말고 아무도 (고통을) 모른다. 그런 말은 하고 싶지 않다. 말하고 싶지 않다. 내가 이랬다고 해도 누가 알아주길 바라는 것도 아니다. 그렇게 말하고 싶지 않다”면서 대답을 꺼렸다. 언론을 통해 비춰진 그의 모습을 보고 팬들이 또 다른 오해를 할까 두려웠던 것.
비록 징계로 인해 강제로 하게 된 봉사활동이지만 막상 해보고 나니 생각이 달라졌다. 자신보다 어려운 사람을 도우며 김민구는 정신적으로 얻은 것이 많아 보였다. 김민구는 “보육원도 가고 애들과 놀아주고 청소도 해줬다. 병원에도 가고 재능기부도 했다. 봉사활동을 다하니 되게 마음이 좋았다. 앞으로도 시즌이 끝나고 틈틈이 애들과 놀아주고 싶다. 틈만 나면 가서 봉사활동을 하겠다”고 담담히 말했다.
사고로 축복받은 신체의 재능을 일부 회복하지 못한 김민구다. 하지만 마음만은 전보다 한층 성숙해졌다.
이제 불법스포츠도박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선수들이 코트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그들에게도 김민구와 똑같이 봉사활동이 징계로 주어졌다. KBL은 일단 선수들이 코트에 복귀한 뒤 봉사활동은 다음 시즌 시작하기 전까지만 차차 하면 된다고 한다. 진정한 반성보다 복귀가 중요한 것일까. 순서가 잘못됐다.
일부 선수는 KBL이 징계를 내리기 전부터 스스로 봉사활동을 하면서 자숙하고 있었다. 또 다른 선수는 복귀전까지 사회봉사 60시간을 모두 이수하고 코트에 설 생각이다. 조금이나마 더 반성하고, 팬들에게 떳떳하고 싶기 때문이다. 나머지 봉사활동을 전혀 하지 않고 코트에 복귀하는 선수들을 과연 팬들이 용서할 수 있을까. 해당선수는 양심의 가책을 전혀 느끼지 않고 전처럼 똑같이 뛸 수 있을까. 선수들이 김민구처럼 모든 징계절차를 마치고 떳떳하게 코트로 돌아오길 기대한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