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1순위로 입단한 대형신인이 프로에서 무득점? 하지만 아직 실망은 이르다.
신인 문성곤(22)은 전체 1순위로 안양 KGC인삼공사의 지명을 받았다. 우상이었던 양희종(31)과 함께 뛰게 된 것은 좋다.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즐비한 좋은 팀에서 훈련하는 것 만해도 보고 느끼는 것이 많다. 하지만 한창 커야할 신인이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더 많은 것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문성곤은 지난 10월 31일 SK전에서 데뷔했다. 지명 후 불과 나흘 뒤였다. 프로에 적응할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문성곤은 8분 1초 동안 뛰면서 2점슛 하나를 던져본 것이 활약의 전부. 이마저 들어가지 않았다. 공식 데뷔전 기록은 1리바운드, 1스틸, 1파울이 전부다. 팀 승리의 주역이 되는 데뷔전을 꿈꿨지만 애초에 어려웠다.

두 번째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1순위 문성곤과 2순위 한희원의 첫 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4분 51초를 뛴 문성곤은 3점슛 하나를 던져 실패했다. 이번에도 첫 득점에 실패했다. 동기 한희원은 25분을 뛰면서 10점, 6리바운드를 기록했다. 3점슛도 5개나 시도해 하나 넣었다. 뛸 선수가 적은 전자랜드 여건상 한희원에게 충분한 기회를 주고 있다. 문성곤은 한희원이 부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신인드래프트는 전력이 약한 팀이 대형신인을 뽑아 리그 전체의 전력균형을 이루자는 취지서 만든 제도다. 하지만 KBL은 반대다. 2012년 김종규, 김민구, 두경민을 뽑기 위해 몇몇 구단이 고의로 패한다는 의혹이 있었다. 이에 한선교 전 총재가 시즌 중 룰을 바꿔 챔프전 진출 두 팀을 제외한 나머지 8팀에게 1순위 지명권 확률을 동등하게 줬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황당한 제도변경이다. 그 결과 멤버가 좋은 팀에 대형신인이 입단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경험이 적은 문성곤은 적은 출전시간에 자칫 조급증을 느낄 수 있다. 누구보다 ‘막내’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형들이다. 김승기 감독대행은 “(문)성곤이에게 여유를 가지라고 했다. 벤치에 있다가 나가서 역량을 발휘할 수 없다고 본다. 신인인데 어색한 부분도 있다. 차츰차츰 시간을 늘려줄 생각이다. 잘 되면 스타팅으로 넣어봐서 역량을 보겠다. 자신감을 더 잃을 수 있어서 함부로 뛰게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게임을 뛰다가 망가지면 더 망가질 수 있다”고 했다.
김승기 대행은 문성곤이 제대로 활약할 수 있는 기회를 엿보는 중이다. 김 대행은 “앞을 보고 뽑았다. 문성곤보다 한희원이 낫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신인에게 변함없는 신뢰를 보여줬다.
형들의 생각도 같다. 팀내 포지션 경쟁과 상관없이 어린 동생이 프로에서 잘 클 수 있도록 최대한 돕겠다는 마음이다. 강병현은 “(문)성곤이가 아직 대학생의 플레이가 남아있다. 자신감 있게 생각 없이 하라고 한다. 부담감 없이 하라고 한다. 부담을 느끼고 있다. 대학 때처럼 자신 있게 간단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형들 눈치 살피기에 바빴던 문성곤도 이제 코트에 서는 1분 1초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생각이다. 문성곤은 “이제 적극적으로 공격에 욕심을 내보겠다”며 의욕을 보이고 있다.
올 시즌 프로농구는 갑자기 개막을 9월로 당겼다. 시즌 중에 신인드래프트를 치르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신인들이 유난히 코트적응에 애를 먹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성곤의 프로경력은 이제 막 시작됐다. 그가 뛰어난 선수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한다. 몇 경기 결과로 조급해할 이유는 전혀 없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