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프리미어12’ 야구대표팀이 시작부터 강적을 만난다. 일본 대표팀의 에이스 오타니 쇼헤이(21, 니혼햄)와 정면충돌한다. 분명 뛰어난 투수라 쉽지 않은 승부가 예상된다. 하지만 승부는 직접 겨뤄봐야 아는 것이다. 오타니도 약점이 없는 투수는 아니다.
대표팀은 8일 일본 삿포로돔에서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공식 개막전을 벌인다. 한국은 김광현(SK)을 선발로 예고했으며 일본은 예정대로 오타니가 팀의 첫 공을 던진다. 선발 싸움은 초반 기세를 완전히 가를 중요한 포인트다.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다. 우리로서는 오타니를 어떻게 공략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다.
김인식 감독은 “아무래도 (니혼햄의 홈구장인) 삿포로돔에서 열리는 경기라 오타니를 선발로 낼 것이라 예상하고 준비해왔다”고 밝혔다. 다른 투수들도 모두 봤지만 일단 오타니에 집중해 분석을 했다는 의미다. 실제 김시진 팀장이 이끄는 전력분석팀도 오타니에 대해 상세한 정보를 확보해 선수들에게 전달했다. 전력분석이 전부는 아니지만 대표팀 선수 중 오타니를 상대해 본 선수는 이대호(소프트뱅크)가 전부다. 생소한 만큼 철저한 분석이 우선이다.

오타니는 어렵지 않게 150㎞ 중반에 이르는 빠른 공이 일품이다. 빠른 공 하나만으로도 상대 타자를 힘으로 누를 수 있는 괴력을 지녔다. 투수로서는 최고의 축복이다. 여기에 포크볼·슬라이더라는 변화구의 위력도 손에 꼽힐 만하다. 올 시즌 15승5패 평균자책점 2.24로 퍼시픽리그 다승 공동 1위, 평균자책점 1위에 오르며 리그 에이스 중 하나로 공인받았다. 160⅔이닝을 던지며 무려 196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그에 비해 피홈런은 단 7개였다. 난적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오타니도 완벽한 투수는 아니다. 전력분석 관계자는 “대다수의 투수들이 그렇듯이 주자가 있을 때 다소 흔들리는 경향이 있다”라며 얼마나 많은 타자들이 살아나가 오타니를 흔들지가 관건이라고 정리했다. 오타니는 올 시즌 주자가 없을 때의 피안타율이 1할5푼9리에 불과했지만 주자가 있을 때의 피안타율은 2할2푼4리로 뛰었다. 이와 더불어 주전 포수 시마의 강견을 뚫고 활발하게 뛸 필요가 있다. 전력분석팀은 주자가 있을 때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미세한 버릇을 잡기 위해 총력을 다한 것으로 알려졌다.
좌타자들의 임무도 중요하다. 우완 투수인 만큼 우타자보다는 좌타자에게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은 당연하다. 오타니의 올 시즌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1할5푼4리, 반면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2할7리다. 이 또한 뛰어난 수치지만 상대적으로 좌타자에게 약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력분석 관계자는 “우타자의 바깥쪽 승부는 거의 빈틈이 없는 반면 좌타자의 바깥쪽 승부는 제구가 다소 몰리는 경향이 있다”고 짚었다. 반대로 우타자들은 오타니의 바깥쪽 공략을 최대한 끈질기게 버텨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오타니가 가장 삼진을 많이 잡아내는 코스다.

가장 큰 관건은 빠른 공 공략이다. 이 관계자는 “오타니의 포크볼이나 슬라이더는 처음 보는 선수가 공략하기는 쉽지 않다고 봐야 한다”라면서 “빠른 공은 위력적이지만 제구가 흔들릴 수도 있다. 전체 투구의 60% 가까이를 차지하는 만큼 실투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아무리 빠른 공도 몰리거나 높으면 공략할 수 있다”고 기대를 걸었다. 이대호 또한 “오타니를 공략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실투는 나온다. 그것을 놓치지 않겠다”고 가장 현명한 공략 비법을 제시했다.
대표팀은 쿠바와의 두 차례 평가전에서 강속구를 거의 보지 못했다. 초반에는 15㎞ 가량 차이가 날 오타니의 빠른 공이 눈에 익지 않을 공산이 크다. 커트 능력이 있는 선수들의 활약이 필요한 이유다. 이용규 정근우 등의 끈질긴 승부가 중요하다. 여기서 초반에 점수를 낼 수 있다면 오타니를 흔들 수 있을뿐더러 일본 대표팀의 마운드 운영까지 꼬이게 할 수 있다. 5일 경기에서 공을 던진 오타니가 6~7이닝을 소화하기는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도 이대은(지바 롯데)를 투입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카드가 생긴다.
반대로 오타니가 6이닝을 버틴다면 일본은 소속팀에서는 선발로 뛰는 선수들을 계투로 돌려 틀어막기에 나설 수 있다. 현재 일본 언론은 롱릴리프로 노리모토 다카히로(라쿠텐)에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노리모토는 5일 평가전에서 1이닝을 삼진 3개로 막아냈으며 최고 구속은 153㎞까지 나왔다. 전력분석팀도 경계 대상으로 지목했다. 왼손이 드문 대표팀에서 전략적 가치를 인정받는 오노 유다이(주니치) 또한 좋은 컨디션과 함께 대기 중이다. 만약 오타니를 꺾는다면, 개막전 승리와 함께 향후 또 있을지 모르는 오타니와의 맞대결에서도 심리적인 안정감을 찾을 수 있다. 여러모로 중요한 대결이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