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천재’ 이천수(34, 인천)가 정든 축구화를 벗는다.
이천수는 지난 6일 올 시즌을 끝으로 현역선수생활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했다. K리그와 국가대표팀을 오가며 맹활약한 이천수의 은퇴는 차두리(35, 서울)와 함께 ‘2002 월드컵 세대의 마지막’으로 큰 의미를 남기고 있다. 이천수의 소속팀 인천은 8일 인천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 36라운드에서 부산 아이파크와 0-0으로 비겼다. 경기내용보다 이천수의 은퇴기자회견에 관심이 집중됐다.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이천수는 감회가 남다른 듯 보였다. 축구장에서 거침없는 모습을 보였지만, 은퇴를 생각하니 눈시울을 붉혔다. 다음은 이천수와 일문일답.

▲ 은퇴소감은?
11월 28일 은퇴식을 하는 인천 소속 이천수다. 갑작스런 은퇴일 수 있다. 여러 가지 소문도 있다. 개인적으로 은퇴에 대해 많은 생각했다. 은퇴가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6개월 간 혼자 고민을 많이 했다. 언제 내려놔야 운동한 것이 부각되고 잊히는 기간이 더딜 수 있을까 생각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나에게 축하해주고 싶다. 좋았던 일 나빴던 일 많았다. 내려놓는 것에 대해 힘들지 않을까 생각했다. 내려놓으니 시원섭섭하다. 한편으로 마음이 편하다. 제2의 인생 산다는 것이 부담된다. 운동할 때 최선을 다했다. 멋있게 은퇴하는 것을 선택했다.
프로생활을 울산현대서 시작했다. 실력보다 운이 좋았다. 그런 부문에서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 내가 안 좋은 상황에서 K리그 복귀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레전드 대우 해주시는 울산에게 너무나 고맙다. 인천에서 축구를 시작했는데 마지막을 인천에서 마쳤다. 난 풍운아가 아닌 행운아다. 내려놓는 것도 중요하다. 고향인 인천에서 은퇴해서 행운아다. 인천시민들과 서포터분들에게 감사한다. 지도해주신 모든 스승님들에게 감사하다. 독단적인 은퇴 결정을 도와주신 인천 구단에도 감사드린다.
▲ 은퇴를 결심한 직접적인 계기는?
6개월 전에도 그런 생각을 했다. 내 딸이 아빠가 축구선수라는 것을 알 때 까지 뛰려고 했다. 딸 주은이가 알았다. 그 때도 팬들이 은퇴를 시사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무의식적으로 항상 그런 생각을 했다. 6개월 동안 힘들었다. 처음에 운동할 때도 은퇴에 대해 항상 생각했다. 조금이나마 박수 받을 때 내려놓고 싶었다. 인천에서 많은 것 배웠다. 간절함과 끈끈함 배웠다.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기회를 주고 싶었다. 그것이 은퇴의 배경이다.

▲ 마지막 시즌을 돌이켜보면?
첫 시작이 어려웠다. 인천시에서 재정적으로 어려웠다. 시작부터 욕을 많이 먹고 시작했다. 프런트들도 힘들어했다. 고참선수로서 머리를 짜내고 같이 움직였다. 올 시즌 괜찮게 흘러갔다. 강등 1순위라는 판단을 무릎 쓰고 선수들이 열심히 했다. 성적도 준수하게 나왔다. FA컵 결승에도 올라갔다. 선배로서 나름 열심히 했다. 후배들도 잘 따라왔다. 이 정도 했으면 후배들이 혼자 이끌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동생들에게 미안하다. 행복한 순간에 내려놓을 수 있었다.
▲ 고향 인천에서 은퇴하는데 인천 구단은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인천에 와서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다. 현실이 안 좋고 어렵다는 것보다 노력하려는 것을 배웠다. 인천은 내가 태어난 곳이다. 축구선수 이천수가 나올 수 있도록 초중고 시절 운동에 빠졌다. 인천이 고향인데 울산시절 결승에서 만난 적도 있다. 있는 자리서 최선을 다하는 축구선수가 되려고 했다. 이번 결승전을 같이 못해 미안한 마음이 있다. 내 시작을 만들었던 도시다. 인천은 고향 같은 팀이다.
▲ 재능에 비해 더 큰 선수가 못 됐는데?
항상 이야기하는데 나도 시대를 잘 태어났다. 축구에 대해서는 굉장히 노력했다. 이기려는 승부욕으로 노력했다. 나 자신도 인정해주고 싶다. 축구가 노력으로만 될 수 없는 부분이다. 별명으로 '밀레니엄'이 있었다. 새로운 스타가 필요할 때 나타났다. 그런 질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충분히 운이 좋아 이런 자리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 차두리처럼 더 멋있는 은퇴에 대한 아쉬움은?
은퇴에 대한 욕심이 있다. 운이 좋아 월드컵에 두 번 나갔다. 선배들에 비해 많은 경기 아니지만 대표팀 경기도 준수하게 치렀다. 올림픽도 뛰었다. 욕심 있는 선수라 그런 욕심도 있다. 차두리 선수는 나와 같이 대학교부터 한 방에서 동고동락했다. 사람마다 다르다. 이렇게 마무리하지만 좋게 내려놓는다고 생각한다. 두리 형에게도 축하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난 누구와 상의를 못하고 끙끙 앓았다. 두리 형이 부럽다는 생각도 했다. 2002년 선수들이 자리를 놓고 좋아하는 선배와 그라운드를 떠나서 기쁘게 생각한다.
▲ 축구인생에서 기억에 남는 순간은?
내려놓는 지금 이 시간이다. 선수로서 2006년 월드컵 토고전 골 넣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골 많이 넣는 선수는 아니지만 의미 있는 골을 넣었다. 좋아하는 프리킥으로 골을 넣었다. 연습의 결과였다. 평생 운동만 했다. 지금 이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
▲ 스페인 데뷔전에서 아쉽게 골을 놓쳤는데?
아쉽다. 내 골 인줄 알고 세리머니도 했다. 토고전 (티셔츠) 세리머니를 하려고 했다. 스페인에서도 한다고 했는데 굉장히 아쉽다. 유럽에서 내가 골이 없다. 개인적으로 축구를 해오면서 아쉬운 부분 중 하나다. 그 선수가 안 넣었으면 안 들어갈 수도 있었다. 아쉽다. 유럽생활만 생각하면 아쉽다. 데뷔전이라 이슈가 됐었다. 대한민국의 추억이 있는 경기장이었다. 항상 생각한다.
▲ 말디니가 아직도 연관검색어다. 다시 그런 상황이 와도 똑같이 할까?
말디니를 찬 후에 눈을 봤다. 눈이 워낙 큰 선수였다. 그 때 당시 말디니가 우리로 치면 (홍)명보형 커리어 선수였다. 말디니든 뭐든 우리 형들만 생각했다. 당연히 막내가 해야될 역할이라고 생각해서 지금도 똑같이 할 것 같다.

▲ 구단 인스트럭터를 한다는 기사가 나갔는데?
구단 인스트럭터를 한다는 기사는 나갔지만 구단하고 어떻게 이야기가 된 것은 없다. 구단에서 신경을 써주신다. 해설 이야기도 있다. 구단에서 정확한 이야기는 없었다. 기사를 통해 오해가 생긴 부분이 있다. 인스트럭터는 구단과 좀 더 이야기 해봐야 한다. 인천 구단은 스폰서 많아야 한다. 시민구단은 같이 갈 수 있다. 인천의 어린 선수들에게 봉사도 하고 전도도 하고 싶다.
▲ 개인계획은?
딸과 많이 놀아주겠다. 딸이 아빠가 싫다고 한다. 지도자 연수도 들어간다. 고려대에 입학이 된 상태라 고대에서 수업을 통해 학업에도 충실하겠다.
▲ 어떤 지도자 역할을 바라나?
실전에 강한 선수를 키우고 싶다. 이론도 중요하지만 내가 보는 축구는 놀 때 축구가 보인다고 한다. 원래 지도자 생각이 없다고 했었다. 외국생활을 9군데서 했다. 유럽 2군데, 아시아, 사우디, 한국도 여러 팀을 다녔다. 학원축구 당시 좋은 지도자도 많이 만났다. 지도자들의 장점을 전수해주고 싶다. 축구는 실전이 안 되면 할 수 없다. 실전적인 선수를 많이 만드는 것이 내 지도의 목표다.
▲ 은퇴경기 출전계획은?
11월 28일 전남전이다. 의미 있는 경기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에 웃으면서 내려오고 싶다. 꼭 이기면서 내려오고 싶다. 감독님과 여러 가지 상의를 하고 있다. 내 은퇴보다 이기는 경기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거기에 맞춰 몸을 맞추겠다. 28일에는 최고의 시간으로 팬들과 함께 하고 싶다. 그 때까지 몸을 잘 만들고 싶다.

▲ 팬들에게 한마디
숭의아레나가 꽉 차는 걸 보고 은퇴하고 싶다고 했다. 관중들 많이 오시라고 했는데 진짜 안 되더라. 내 욕심이다. 은퇴식에 팬분들이 많이 오셔서 재밌는 경기를 하고 많이 즐기시길 바란다. 꽉 차면 좋겠다. 행복한 은퇴식을 위해 많이 도와주셨으면 좋겠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인천=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