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이 없었다. 그것도 한 번도 아닌, 그런 불운이 계속됐다. 결국 김광현(SK)은 이를 이겨내지 못하고 선취점을 내줬다.
김광현은 8일 일본 삿포로돔에서 열린 일본과의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개막전에 선발 등판했다. 김광현은 부상과 도박 스캔들로 만신창이가 된 대표팀의 에이스였다. 일본전 경험도 풍부했다. 일찌감치 개막전 선발감으로 주목받았고 예상대로 이날 등판했다. 오타니 쇼헤이(니혼햄)과의 선발 대결도 큰 주목을 받았다.
1회에는 1사 후 사카모토에게 볼넷 하나, 2사 후 나카무라에게 중전안타를 맞으며 1,2루에 몰렸으나 츠츠고를 2루수 땅볼로 잡아내고 위기를 넘겼다. 기세를 타는 듯 했다. 그러나 0-0으로 맞선 2회가 문제였다. 국제대회 단기전에서 가장 중요한 운이 좀처럼 따르지 않았다.

선두 나카타는 슬라이더를 통해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다. 그런데 원바운드가 되며 공이 크게 튀었다. 삿포로돔은 축구와 야구를 모두 할 수 있는 다목적 돔구장이다. 이런 태생 때문에 파울 지역이 넓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국내 구장에서는 경험해보지 못한 드넓은 백스톱이었다. 결국 튄 공은 한참을 굴러갔다. 고개를 숙이고 덕아웃으로 들어가려던 나카타가 뒤늦게 알고 뛰었어도 여유 있게 1루에 들어갔을 정도였다.
이어 마츠다의 타구는 우익수 정면을 향했다. 빠른 타구이기는 했지만 우익수 손아섭이 승부를 걸어볼 수도 있었던 타구. 그러나 삿포로돔에 아직 완벽하게 적응하지 못한 손아섭은 슬라이딩 타이밍을 놓쳤다.
가장 운이 없던 장면은 그 다음이었다. 무사 1,2루였다. 고쿠보 일본 감독은 히라타에게 번트를 지시했다. 2,3루를 만들겠다는 의지였다. 그러나 히라타는 두 차례의 번트 기회를 놓쳤다. 결국 강공으로 전환해 3루수 방면 땅볼을 쳤다. 정상적이라면 3루수 허경민이 포구해 3루를 밟고 2루나 1루로 던져 더블 플레이를 노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김광현으로서는 최상의 유도였다.
그런데 애꿎게도 공이 3루 베이스를 맞고 튀어 버렸다. 허경민이 대시해 앞서 수비하지 못했다면 어쩔 도리가 없는 공이었다. 또 드넓은 파울 지역으로 공은 굴러갔고 2루 주자 마츠다는 홈을 밟았다. 선취점을 내주는 과정이 깔끔하지 못했다.
김광현은 이후 무사 2,3루에서 시마를 2루수 땅볼로 유도해 홈 쇄도를 막았다. 아키야마에게 볼넷을 내준 뒤 사카모토에게 우익수 희생플라이 때 1점을 더 허용했다. 다만 야마다의 타석 때 견제로 기회를 만들어 3루 주자를 홈에서 잡으며 더 이상 실점하지는 않았다. 아쉬운 2회였다. /skullboy@osen.co.kr
[사진] 삿포로(일본)=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