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12] ‘161㎞+10K’ 오타니, 충격과 공포였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11.08 21: 45

과연 명성대로였다. 일본 대표팀의 에이스 오타니 쇼헤이(21, 니혼햄)가 160㎞의 강속구를 예사로 던지며 생생한 어깨를 과시했다. 한국도 오타니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했지만 막상 타석에 들어서 본 공은 예상보다 더 강력했다.
오타니는 8일 일본 삿포로돔에서 열린 한국과의 ‘WBSC 프리미어12’ 공식 개막전에 선발 등판, 6이닝 동안 91개의 공을 던지며 2피안타 2볼넷 10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선보였다. 5일 푸에르토리코와의 평가전에서 2이닝 2실점하며 다소간 불안감을 남겼던 오타니는 이날 힘을 내며 한국 타선을 꽁꽁 묶었다. 성인대표로는 한국과 첫 대결한 오타니의 충격적인 첫 인상이었다.
빠른 공 최고 구속은 1회 김현수 타석에서 던진 2구로 무려 161㎞였다. 대부분의 빠른 공이 150㎞ 초·중반에 형성됐다. 위기 상황에서는 150㎞대 후반을 넘어 160㎞을 웃돌았다. 평균 구속이 150㎞대 중반 가까이에 이른다는 말이 허언이 아님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우리로서는 오타니 빠른 공의 제구가 흔들릴 것을 기대했지만 이날 오타니의 컨디션은 좋아 보였다. 전체적으로 빠른 공이 크게 빠지는 경우는 없었다.

여기에 주무기인 포크볼의 위력이 빛났다. 오타니는 슬라이더도 던질 수 있는 선수다. 구사 비율이 포크볼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아무래도 큰 경기여서 그런지 가장 자신이 있는 포크볼로 승부를 봤다. 대부분의 승부구이었던 포크볼 최고 구속은 140㎞ 중·후반대까지 나왔다. 웬만한 투수들의 빠른 공 구속보다 더 빠른 포크볼이 들어오다 보니 처음 보는 한국 선수들로서는 공략하기 어려웠다. 슬라이더와 커브는 보여주기 용이었다.
대표팀 선수들도 오타니의 빠른 공과 포크볼 조합이 위력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사실 이 낙차 큰 포크볼을 정확한 타이밍에 때려낸다는 것은 쉽지 않다. 리그에서 자주 보는 선수라면 모를까, 처음 보는 선수라 더 그랬다. 이에 대표팀은 대부분의 예상대로 빠른 공에 초점을 맞추고 나갔다. 스트라이크존에 비슷하게 들어오는 빠른 공에 적극적으로 배트가 나갔다. 그러나 파울이 자주 났고, 때로는 힘에 눌렸다. 타구가 좀처럼 뻗지 못했다.
대표팀이 오타니의 전력 분석 때 파악한 약점은 주자가 있을 때 제구가 다소 흔들리는 경향이 있고 좌타자의 바깥쪽 코스 공략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것이었다. 물론 이날도 이런 모습은 드러났다. 우리가 0-2로 뒤진 5회가 대표적이었다. 한국은 박병호가 오타니의 빠른 공을 이겨내며 1루수 키를 살짝 넘기는 2루타를 치고 나갔다. 오타니는 주자가 득점권에 나가자 제구가 흔들렸고 결국 손아섭에게는 볼넷을 내줬다.
하지만 허경민이 희생번트를 대지 못했고 결국 볼 카운트에 몰린 허경민은 오타니의 포크볼(143㎞)에 희생양이 됐다. 이 희생번트 실패가 결정적이었다. 자신감을 찾은 오타니는 강민호를 빠른 공(151㎞), 대타 나성범을 포크볼(143㎞)로 삼진 처리하고 위기에서 탈출했다. 나성범의 삼진은 포구 위치로 봤을 때만 조금 아쉬웠지만 존을 통과했다는 판단이었다. 오타니를 끌어 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오타니는 6회 선두 이용규를 유격수 땅볼로 잡았다. 정근우와는 풀카운트 승부까지 갔지만 155km 빠른 공으로 루킹 삼진을 잡았다. 정근우는 높다며 억울해했지만 판정은 내려진 뒤였다. 기세가 오른 오타니는 김현수를 125km짜리 슬라이더로 루킹 삼진 처리했다. 김현수는 예상치 못했던 바깥쪽 꽉 찬 슬라이더에 꼼짝도 하지 못했다. 대표팀으로서는 충격과 공포의 하루였다. /skullboy@osen.co.kr
[사진] 삿포로=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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