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모로 어려운 여건에서 최선을 다해 싸웠지만 여러 면에서 아직은 수준 차이가 있음이 드러난 씁쓸한 한 판이었다.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이 일본에 완패했다. 하지만 대회는 이제 시작됐을 뿐이다. 시작부터 좋은 경험을 한 만큼 앞으로 더 나아진 모습으로 설욕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은 8일 일본 삿포로돔에서 열린 ‘WBSC 프리미어12’ 일본과의 대회 개막전에서 상대 선발 오타니 쇼헤이 등 일본 마운드를 공략하지 못하고 0-5로 완패했다. 낯선 삿포로돔에서 경기를 치른 대표팀은 2회 몇 차례 플레이가 꼬이며 불운의 2실점을 했다. 이를 만회해야 할 타선은 일본의 막강 마운드를 이겨내지 못하고 끌려간 끝에 이렇다 할 저항 한 번 해보지 못했다. 8,9회 기회가 있었지만 1점도 내지 못하는 응집력 부족을 드러냈다.
물론 양쪽 모두 베스트 전력이 아니고 대회 개막전이라는 변수가 있다. 한국은 일본보다 상대적으로 전력 손실이 더 컸고, 일본은 홈 어드밴티지를 얻었다는 장점도 있었다. 근소한 차이로 일본의 우세를 점쳤던 이유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자 그 차이는 생각보다 더 컸다. 마운드의 힘 차이는 뚜렷했고, 타선은 상황 대처 능력에서 차이가 났다. 수비도 일본이 더 깔끔했다. 작전수행능력까지 공·수·주에서 완패한 경기였다.

우선 투수력은 일본이 확실히 강했다. 오타니 쇼헤이와 김광현의 맞대결은 오타니의 완승으로 끝이 났다. 물론 김광현은 2회 다소 불운했던 점이 있었다. 그러나 2⅔이닝 동안 안타 5개, 볼넷 2개를 내주며 기본적으로 출루 허용이 많았다. 이에 비해 최고 161㎞를 던진 오타니는 쾌조의 컨디션으로 한국 타선을 꽁꽁 틀어막았다. 6이닝 동안 피안타는 단 2개였던 반면 삼진은 10개나 잡아냈다. 투구수는 91개에 불과했다.
오타니의 뒤를 이은 노리모토 역시 150㎞를 상회하는 빠른 공을 던지며 대표팀의 숨을 막히게 했다. 9회 마쓰이가 다소 고전하기는 했으나 어쨌든 이날 일본 투수들은 총 14개의 탈삼진을 합작하며 강력한 마운드 위용을 과시했다.
타선도 응집력에서 일본이 위였다. 일본은 이날 12개의 안타를 쳐냈다. 안타수도 많았지만 전체 선수들이 상황에 맞는 배팅을 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일본 타선이 자랑할 만한 홈런 타자인 4번 나카무라와 6번 나카타는 이날 각각 멀티히티를 기록했다. 2S에 몰리면 장타보다는 짧게 치는 스윙으로 안타를 만들어냈다. 자기 타이밍을 찾지 못하고 끌려간 한국에 비해 더 인상적이었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타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하위타선도 일본은 큰 약점이 없었다. 오히려 6번부터 9번까지 하위타선에서 7안타가 나오며 상위타선의 부진을 만회했다. 가장 타율이 떨어진다는 8번 히라타는 2회 베이스를 맞는 행운의 안타를 포함해 2안타, 7번 마츠다는 2타수 2안타 2볼넷, 포수로 공격 비중이 가장 적은 포수 시마도 안타 하나를 쳐내는 등 고른 타격 능력을 과시했다.
수비에서도 일본은 이날 거의 완벽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특히 8회 1사 1,2루에서 이용규의 중전안타성 타구를 잡아낸 유격수 사카모토의 멋진 다이빙 캐치는 한국의 추격을 틀어막는 결정적인 수비였다. 여기에 루상의 주자들도 활발하게 움직였다. 실패하기는 했지만 2회 더블스틸은 고쿠보 히로키 감독의 성향을 유감없이 볼 수 있었던 회심의 한 수였다. 또한 일본은 1루 주자가 단타에서 3루까지 가는 모습을 두 차례나 보여줬다. 7회에는 마스다가 폭투 때 한국의 허를 찌르며 3루에 안착하기도 했다.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일본의 완승이었다. /skullboy@osen.co.kr
[사진] 삿포로=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