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 프리미어12 한국 대표팀 감독이 야심차게 꺼내 든 ‘허경민 선발’ 카드가 실패로 돌아갔다.
한국은 8일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돔에서 열린 ‘제1회 프리미어12’ 일본 대표팀과의 개막전에서 상대 투수들의 위력에 완벽히 눌리며 0-5로 영봉패를 당했다. 이날 7번 타자 겸 3루수로 깜짝 선발 출전한 허경민은 2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침묵했다. 예상과 달리 허경민을 선발 출장시키며 승부수를 걸었던 대표팀이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김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허경민을 선발 7번 타자 겸 3루수로 낙점했다. 허경민은 이번 대회 전까지 성인 국가대표팀 경험이 없었다. 박석민(삼성)이 부상으로 당하면서 대체선수로 발탁, 처음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었다. 허경민은 단일 포스트시즌 최다 안타 신기록(23안타)을 세우는 등 한국시리즈까지 맹활약하며 두산의 우승을 이끌었다. 쿠바와의 평가전에서도 3타수 3안타 1볼넷으로 좋은 타격감을 이어갔다.

김 감독은 경기에 앞서 "오타니는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인데 황재균은 실전을 뛰어본지가 오래됐다. 빠른 볼을 대처할 수 있나를 생각했다. 스윙도 큰 타자고 일찍 탈락한 팀 선수들의 컨디션을 고려했다. 허경민은 한국시리즈와 쿠바전까지 좋은 모습을 보였다"며 허경민 선발 출장 배경을 밝혔다. 김 감독 스스로도 “내 나름대로 모험”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첫 국제 대회, 그것도 라이벌 일본과의 개막전은 부담감이 컸다.
허경민은 2회초 2사 1루서 첫 타석을 맞이했는데, 상대 선발 오타니 쇼헤이의 빠른 공에 적응하지 못하며 4구 만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수비에선 운도 따르지 않았다. 2회말 무사 1,2루서 히라타 료스케가 친 공이 3루 쪽으로 향했다. 이때 허경민이 바운드 타구를 잡기 위해 기다렸지만, 공은 베이스 끝 부분을 맞고 왼쪽으로 튀었다. 순식간에 2루타로 둔갑하며 첫 실점. 게다가 무사 2,3루의 위기가 계속됐다. 이후 1사 만루서 사카모토 하야토에게 우익수 희생 플라이를 허용해 추가 실점했다.
공격에서 큰 기대를 걸었으나 두 번째 타석에서도 아쉬움을 남겼다. 한국은 0-2로 뒤진 5회초 첫 타자 박병호가 1루수 키를 넘기는 2루타로 출루했다. 이어 손아섭이 스트레이트 볼넷을 얻어 무사 1,2루 절호의 찬스. 허경민이 타석에 섰지만 첫 2구 모두 보내기 번트에 실패했다. 오타니의 빠른 공에 속수무책. 결국 1B-2S 카운트에서 4구째 포크볼(143km)에 방망이를 헛돌리며 삼진을 당했다. 후속타자 강민호, 나성범까지 모두 삼진으로 물러났다.
결국 허경민은 8회초 시작과 함께 대타 오재원으로 교체되며 이날 경기를 마쳤다. 수비에선 불운이 따랐고, 타석에서도 일본 투수들의 강속구를 공략하기는 쉽지 않았다. 좋은 타격감에 기대를 걸었지만 ‘허경민 카드’는 실패로 돌아갔다. 아울러 팀도 0-5 영봉패로 무릎을 꿇었다. /krsumin@osen.co.kr
[사진] 삿포로=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