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좋지 않다.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이 일본과 개막전에서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이제 막 대회의 막이 올랐다. B조 예선 종료까지 4경기를 더 치르는 것을 감안하면, 아쉬움 속에서 희망도 남겼다.
한국은 8일 일본 삿포로돔에서 열린 일본과 ‘프리미어 12’ 개막전에서 0-5로 패했다. 한국 타선은 일본 선발투수 오타니 쇼헤이에게 봉쇄당하며 한 점도 뽑지 못했다. 반면 기대를 모았던 한국 선발투수 김광현은 2회말 불운에 발목 잡히며 2⅔이닝 2실점으로 일찍 마운드서 내려갔다.
한국은 일찍 불펜진을 가동했으나, 큰 효과는 없었다. 타선이 침묵하면서 흐름을 바꾸지 못했고, 조상우 차우찬 정우람 조무근이 마운드에 올랐으나 결과적으로 3점을 더 내줬다. 그야말로 완패였다.

그러나 이제 첫 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무엇보다 한국은 마운드에서 불필요한 소모를 하지 않았다. 이날 경기에 앞서 김광현과 이대은, 좌우 원투펀치 1+1 전력을 세웠으나, 이대은을 아꼈다. 이번에 등판한 불펜투수들 또한 컨디션 점검이 필요했다. 김광현도 결과는 패전투수였지만, 전반적인 투구내용은 나쁘지 않았다. 더 길게 끌고 갔다면, 5이닝 이상도 소화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한국은 선발진을 5인 로테이션으로 정상가동할 수 있게 됐다. 한국은 오는 11일부터 대만에서 도미니카, 베네수엘라, 멕시코, 미국과 4연전을 치른다. 한국에는 김광현과 이대은 외에 선발투수로 우규민 장원준 이태양이 있다. 그런데 우규민이 지난 6일 쿠바와 평가전에서 오른 손가락 부상을 당했다. 단순타박인 만큼, 엔트리서 제외되지는 않았으나, 당장 마운드에 오르는 데에는 부담을 느낄 수 있다.
결국 한국은 이틀 휴식 후 4연전에서 무리 없이 투수진을 활용할 수 있다. 김광현의 투구수가 67개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멕시코전이나 미국전에서 김광현을 선발 등판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B조 예선 최종전에 앞서 1승이 절실한 상황이면, 김광현 카드를 다시 꺼낼 수 있다. 우규민을 당장 쓰지 못한다고 해도, 선발투수들은 충분하다.
대표팀 김인식 감독은 1차 목표를 3승이라고 밝혔다. 6개 팀으로 구성된 조별리그에서 3승만 하면, 4위 이내, 즉 8강 진출에 문제없다고 계산한 것이다. 일본전에서 침묵한 타선이 살아나기만 한다면, 비축된 마운드를 앞세워 목표를 이룰 수 있다. / drjose7@osen.co.kr
[사진] 삿포로 = 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