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 레터] 고쿠보 감독의 자신감, 과장 아니었다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5.11.09 07: 08

고쿠보 히로키 일본 대표팀 감독의 자신감은 허투루 나온 것이 아니었다.
고쿠보 감독은 '2015 WBSC 프리미어 12' 개막전을 하루 앞둔 7일 삿포로시 호텔에서 열린 양팀 감독 기자회견에 참가해 "처음 열린 이 대회가 계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일본이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한다. 꼭 우승하겠다"고 당당한 포부를 밝혔다. 일본이 주최하는 대회기는 하지만 대회의 성장과 일본의 성적을 연관짓는 것은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8일 개막전에 답이 보였다. 일본은 선발 오타니 쇼헤이가 161km 강속구를 뿌리며 6이닝 2피안타 10탈삼진 2사사구 무실점으로 한국 타자들을 꽁꽁 묶는 사이 타선이 장단 12안타를 폭발시키며 마운드를 맹폭했다. 결국 일본은 5-0 영봉승을 거두고 개막전에서 먼저 웃었다.

일본과 한국의 격차는 매우 커보였다. 일본 투수들은 이날 27개의 아웃카운트 중 14개를 삼진으로 뽑아내며 정교한 제구력과 빠른 구속을 모두 자랑했다. 7회 등판한 노리모토는 개인 최고 구속(157km)을 경신했다. 타선은 김광현을 끈질기게 공략하면서 2⅔이닝 동안 82개의 공을 던지고 내려오게 만들었다. 한국 타선은 7안타 무득점 빈공에 그친 것과 대비됐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대표팀이 모여서 훈련을 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일본팀도 손발 맞춰볼 시간이 부족한 것은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거기서 기본기의 차이가 드러났다. 이날 8회 1사 1,3루에서 이용규의 타구를 '슈퍼 캐치'한 유격수 사카모토 하야토는 "데이터로 수비를 할 수가 없어 타구 하나하나를 집중해 잡았다"고 호수비 비결을 밝혔다.
일본이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경우 일본 내에서 2020 도쿄 올림픽에 야구를 정식 종목으로 편입시키기 위한 바람은 더 거세질 수 있다. '당근'이 없는 우리나라와 달리 야구 부활을 꿈꾸는 일본 야구계는 이번 대회의 성공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일본 선수들 역시 그것을 알기 때문인지 목표 의식이 남달랐고 기본적인 실력도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했다.
고쿠보 감독은 2-0으로 앞선 5회 무사 1,2루에서만 마운드를 방문했을 뿐, 5-0으로 앞선 9회초 무사 만루의 위기에 몰려서도 마운드에 올라가지 않았다. 그만큼 한국에 승리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커보였다. 선수들은 감독의 믿음 대로 무사 만루를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팀의 영봉승을 지켰다. 일본의 자신감은 기본기와 목표에 있었다. /autumnbb@osen.co.kr
[사진] 삿포로=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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