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 에이스는커녕, 규정이닝을 소화한 새로운 선발투수도 나오지 않는 현실이다. 이번 한일전 패배는 경기내용을 넘어, 양 팀 선수단 구성부터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한국은 지난 8일 일본 삿포로돔에서 열린 ‘프리미어 12’ 일본과 개막전에서 0-5로 영봉패했다. 일본 선발투수 오타니 쇼헤이의 최고구속 161km 괴력투에 완패했고, 오타니의 뒤를 이어 등판한 노리모토 다카히로에게도 압도당했다. 9회초 마무리투수로 올라온 마츠이 유키에게 무사만루 찬스를 만들어냈지만, 끝내 점수를 뽑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주목할 것은 이 투수들의 나이다. 오타니가 만 21세, 노리모토가 만 25세, 마츠이는 만 20세에 불과하다. 오타니와 노리모토 모두 선발투수로 올 시즌 맹활약을 펼쳤다. 오타니는 22경기 160⅔이닝 15승 5패 평균자책점 2.24로 다승과 평균자책점 부문에서 퍼시픽리그 선두에 올랐다. 노리모토는 28경기 194⅔이닝 10승 11패 평균자책점 2.91 탈삼진 215개를 기록, 리그 최다 탈삼진으로 오타니의 트리플크라운을 저지했다.

일본은 오타니와 노리모토 외에도 타케다 쇼타(22, 소프트뱅크), 니시 유키(24, 오릭스),후지나미 신타로(21, 한신), 오가와 야스히로(25, 야쿠르트) 와카마츠 슌타(20, 주니치) 등 올 시즌 10승 이상을 올린 20대 초중반 선발투수가 많다.
반면 한국은 어느 순간부터 선발투수의 맥이 끊겼다. 7, 8년 전 류현진 윤석민 김광현이 한 번에 등장한 이후, 센세이션을 일으키는 젊은 선발투수가 나오지 않고 있다. KBO리그 전체에서 만 25세 이하 수준급 선발투수를 꼽아보면, 이재학(25, NC)이 유일하다. 이재학은 2013시즌부터 올 시즌까지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을 올리고 있다. 이태양(22, NC)도 올해 10승을 달성했으나, 규정이닝을 채우지는 못했다.
더 심각한 것은 올 시즌 규정이닝을 채운 토종 선발투수가 7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팀당 한 명이 안 될 정도로 극심한 선발투수난에 시달리고 있다. 뉴페이스가 멸종된 가운데, 모든 팀들이 외국인투수들에게 전적으로 의존한다. 어느 순간부터 KBO리그는 선발투수를 키워내지 못하는 리그가 됐다.
물론 일본과 인프라 차이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과 일본은 고등학교 숫자부터 수십배 차이가 난다. 그런데 이러한 인프라 차이는 예전에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최근에는 한국도 야구부 고등학교 숫자가 늘고 있고, 다양한 지원 속에서 유소년 야구 인프라가 개선되고 있다. 선발투수를 키우지 못하는 것은 아마추어 문제가 아닌, 프로구단의 문제로 봐야한다.
확실한 육성시스템을 갖춘 구단부터 손에 꼽힌다. 모든 팀들이 매년 상위 라운드에서 전도유망한 신인투수를 뽑지만, 육성 가이드라인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굴리는 경우가 태반이다. 2군과 육성군이 특히 그렇다. 매년 새 코치가 부임하면서 투구폼과 보직만 수차례 바꾸다가 길을 잃은 투수들이 많다.
일본프로야구는 퍼시픽리그를 중심으로 메이저리그식 육성 체계를 확립해가고 있다. 신인 지명 순간부터 보직을 확정짓고 완성형이 될 때까지 2군에서 가다듬는다. 선발투수감이지만, 팀 성적 때문에 1군 무대에서 불펜 등판하는 경우는 드물다.
결국은 구단 프런트가 해야 한다. 수차례 유니폼을 바꾸는 감독과 코치는 중장기 육성 프로젝트를 실행할 수 없다. 야구 전문 프런트가 시스템을 만들고, 이를 실천해야 팀의 미래가 열린다. 대부분의 팀들이 최신식 2군 시설을 갖춘 만큼, 이제는 선진 육성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심혈을 기울여야한다. / drjose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