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요란했다. 낯선 이름 석 자가 수많은 메이저리그(MLB) 팬들을 들었다 놨다. 특히 국내에 많은 팬들의 애를 태운 발표 과정이었다. 그러나 미네소타의 이름이 밝혀지는 과정은 역설적으로 박병호가 시작부터 스타덤에 오르는 좋은 계기가 됐다.
1285만 달러의 포스팅 최고액을 기록한 박병호의 우선협상팀은 10일(이하 한국시간) 새벽에야 밝혀졌다. 7일 넥센이 포스팅 금액을 수용하겠다고 밝힌 지 약 64시간 만이었다. 넥센의 발표는 현지가 주말 휴일로 돌입하는 시점에 맞물려 확인 과정이 상대적으로 오래 걸렸다. 실제 MLB 사무국은 주말을 모두 건너뛰고 현지 시간으로 월요일 오전 미네소타의 이름을 꺼냈다. 그 64시간 사이 수많은 뉴스와 루머가 쏟아져 나오며 팬들의 시선을 붙잡았다.
현지 언론을 통해 우선협상팀의 실체가 일찍 확인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박병호의 말 그대로 막판까지 갔다. 때문에 불가피하게 MLB 거의 전 구단의 이름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현지 담당기자들은 이를 확인하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과정도 흥미진진했다. 스카우트 참관 횟수로 대변되는 현지의 관심, 그리고 꽤 큰 1285만 달러라는 포스팅 금액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유력시됐던 팀들이 죄다 경쟁에서 탈락했다는 보도가 줄을 이었기 때문이다.

클리블랜드, 볼티모어, 텍사스, 샌디에이고가 일찌감치 탈락했다. 이들은 박병호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커 입찰이 유력시됐던 팀들이었다. 여기에 가장 유력한 후보로 뽑혔던 세인트루이스와 보스턴이 제외되며 박병호 경쟁은 점점 오리무중으로 빠져들었다. 가능성이 크지 않았던 팀들까지 합쳐 9일 오전까지만 총 16개 팀이 제외됐다. 현지에서도 ‘미스터리’라는 표현을 썼다.
절정은 이 상황에서 그나마 가장 유력해보였던 강정호의 소속팀 피츠버그의 탈락 소식이 들려온 9일 밤이었다. FOX스포츠의 컬럼니스트 C.J 니코스키가 “피츠버그가 승리자가 됐다는 소식을 들었다”라고 하며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그러나 곧바로 다른 컬럼니스트들과 지역 담당 기자들이 이를 부인하면서 혼란이 커졌다. 사실 미네소타 또한 중간에 부정적인 뉘앙스가 있었던 팀으로 보는 시각에 따라 제외하는 경향도 있었다. 그래서 더 극적이었다.
미네소타가 박병호의 우선협상권을 쥔 것은 이미 정해져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것이 공개되지 않으면서 20개 넘는 팀들이 언급됐고 현지의 해당 팀 팬들은 박병호에 대한 소식에 귀를 쫑긋거릴 수밖에 없었다. 300만 달러도 아닌, 1285만 달러라는 비교적 거액의 금액이라 더 그랬다. 그 과정에서 박병호의 KBO 리그 성적, 그간의 평가 등이 수없이 소개됐다. 어찌 보면 부수적인 홍보 효과도 얻었던 셈이다. 스타덤에 올라선 박병호는 프리미어12를 마치고 본격적인 개인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미네소타 팬들은 환영의 메시지로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