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에 가려졌던 박병호의 행선지는 미네소타 트윈스였다. 미국 현지언론은 10일(이하 한국시간) 박병호 포스팅의 승자가 미네소타라고 일제히 전했다. 그러자 미네소타 구단 측도 이를 인정, 자신들이 박병포와 단독 협상권을 따냈다고 공식발표했다. 박병호 포스팅에 1285만 달러를 제시한 미네소타는 앞으로 한 달 동안 박병호 측과 단독으로 협상테이블을 차린다.
쉽게 예상할 수 없었던 결과다. 미네소타는 2018시즌까지 프랜차이즈 스타 조 마우어 1루수로 기용할 계획이다. 올 시즌 지명타자 자리에는 신성 미구엘 사노가 자리하고 있다. 박병호가 뛸 수 있는 두 포지션이 이미 채워진 만큼, 미네소타가 박병호를 향해 이렇게 적극적인 행보를 보일 것이라 전망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미네소타는 변화와 공존을 통한 장타력 향상을 바라보고 있다. 미네소타는 올 시즌 20홈런 타자 3명을 배출했으나, 팀 홈런은 156개로 리그 10위에 그쳤다. 2루수 브라이언 도지어가 28홈런, 3루수 트레버 플루프가 22홈런, 우익수 토리 헌터가 22홈런을 터뜨렸다. 그런데 헌터가 은퇴와 함께 커리어를 마무리했다. 헌터가 나간 자리에는 사노를 넣을 계획이다. 그리고 박병호를 더해 홈런부대를 만들려고 한다.

미네소타 테리 라이언 단장은 10일 미네소타 언론 파이오니어 프레스와 인터뷰에서 “사노를 도미니카 윈터리그에 참가시켜 코너 외야수를 연습시킬 것이다. 사노가 외야수비에 익숙해 질 경우, 외야 한 자리를 사노에게 맡긴다. 1루수는 마우어, 3루수는 플루프, 그리고 지명타자로 박병호를 생각하고 있다”고 2016시즌 구상을 전했다.
박병호가 빠르게 메이저리그에 적응한다면, 미네소타는 2016시즌 20홈런 타자 4명을 배출할 수 있다. 만 22세의 사노는 올해 빅리그 첫 시즌임에도 80경기서 홈런 18개를 터뜨리며 잠재력을 증명했다. 도지어와 플루프는 각각 만 28세와 29세. 기량이 절정에 달할 시점이다. 만 29세인 박병호도 마찬가지다. 라이언 단장은 “박병호는 현재 자신의 커리어의 정점을 향하고 있다”며 박병호를 포함, 최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파워히터들이 미네소타 공격의 중심을 잡아 주기를 희망했다.
박병호와 사노가 라이언 단장의 구상대로 활약한다면, 미네소타는 2, 3년 안에 리그에서 가장 다이내믹한 야수진을 갖춘 팀이 될 것이다. 특급 외야 유망주 바이런 벅스턴(21)과 맥스 케플러(22)가 사노처럼 잠재력을 터뜨릴 경우, 미네소타는 힘과 스피드를 겸비한 타선을 완성한다.
미네소타는 지난해 13년을 함께 했던 론 가든하이어 감독과 이별을 택하며 개혁에 들어갔다. 가든하이어 감독 대신 지역출신 스타 폴 몰리터를 사령탑으로 선임했고, 2015시즌 83승 79패를 기록하며 5년 만에 위닝시즌에 성공했다. 시즌 막바지까지 와일드카드 경쟁을 펼칠 정도로 끈끈한 야구를 했다. 2002년부터 2010년까지 9년 동안 6차례 디비전 우승을 차지,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를 호령했던 모습을 되찾아가는 중이다.
한편 미네소타의 개혁에는 투수진도 포함되어 있다. 라이언 단장은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투수진 강화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 강조했다. 트레이드 혹은 FA 계약을 선발투수 영입을 바라보는 중이다. 박병호를 더해 야수진 구상을 마무리하고, 외야 유망주 자원을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 투수진을 단단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 drjose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