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진 키+서장훈 슛’ NBA 신인 포르징기스 열풍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5.11.10 08: 45

‘하승진의 키에 서장훈의 슛을 갖추면 NBA에 갈 수 있나요?’
한국 팬들이 자주 하는 질문이다. NBA에 실제로 그런 선수가 나타났다. 아니, 그 이상이다. 주인공은 2015 NBA 드래프트에서 전체 4순위로 뉴욕 닉스에 지명된 크리스탑스 포르징기스(20, 221cm, 109kg)다.
라트비아 출신의 포르징기스는 유럽에서 십대 시절부터 이미 유명했다. 그는 18세이던 2013년 스페인 1부 리그 세비야에서 성인무대에 데뷔했다. 6.9점, 2.8리바운드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지난 시즌에는 10.7점, 4.8리바운드로 유럽최고 선수 중 한 명으로 올라섰다. 2013년에는 U18 유럽 챔피언십에서 라트비아를 준결승으로 이끌어 최고센터로 뽑혔다. 그는 11.6점, 10리바운드, 4.9블록슛, 1.1스틸을 기록했다.

유럽에서 검증된 빅맨이지만 NBA 성공여부는 불투명했다. 포르징기스가 전체 4위로 뽑히자 ‘뉴욕 닉스가 또 이상한 선수를 뽑았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드래프트 직후 홈구장 매디슨 스퀘어 가든 앞에서 촬영된 동영상을 보면 재밌다. 닉스 팬들은 “안드레야 바르냐니보다 못할 것. 필 잭슨 사장이 미쳤다. 그 선수 이름이 뭐라고요? 닉스는 그렇게 바보 같은 짓을 해놓고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면서 비판적인 내용이 주류였다. 한 소년 팬은 울음을 터트렸다. 잘 뽑았다는 팬은 극히 적었다.
[동영상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v5d44YkprWQ
ESPN의 NBA 전문가 스티븐 스미스는 “필 잭슨은 드래프트전에 신인들 훈련을 참관하지도 않았다. 그래놓고 전체 4위로 포르징기스를 뽑았다. 정말 역겨운 픽이다. 뉴욕출신으로 정말 실망스럽다. 탱킹(고의패배)해서 얻은 결과가 겨우 이거냐? 올 시즌도 망했다”며 저주에 가까운 막말을 퍼부었다.
[동영상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5RNX0ofgbUY
이런 논란은 포르징기스의 데뷔와 동시에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포르징기스는 데뷔전에서 밀워키 벅스를 상대로 16점, 5리바운드를 기록했다. 3일 샌안토니오전을 계기로 그는 완전히 가능성을 폭발시켰다. 팀 덩컨과 라마커스 알드리지가 버틴 골밑에서 포르징기스는 돋보였다. 13점, 14리바운드, 3스틸, 2블록슛으로 시즌 첫 더블더블을 기록했다.
최근 4경기서 포르징기스는 더블더블 3회를 기록했다. 올 시즌 7경기서 12.3점, 8.6리바운드, 1.3스틸, 1.3블록슛을 기록 중이다. 그는 1순위 칼 앤서니-타운스(15.2점, 9.6리바운드), 3순위 자릴 오카포(19.7점, 5.5리바운드)와 함께 가장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떠올랐다.
포르징기스의 플레이스타일은 더욱 충격이다. 221cm인 그의 포지션은 센터가 아닌 파워포워드다. 카멜로 앤서니의 주전파트너로 자리를 굳혔다. 포르징기스는 내외곽에서 터트리는 슈팅이 일품이다. 엄청난 탄력으로 뛰어 들어와 찍는 덩크슛은 매일 밤 하이라이트 필름을 쏟아내고 있다.
애틀란타전에서 포르징기스는 상대 패스를 읽어 스틸에 성공한 뒤 단독드리블로 속공에 나섰다. 수비수가 앞을 가로막았다. 이 때 그는 스핀무브로 상대를 제치고 원핸드 덩크슛을 꽂았다. 221cm의 선수가 가드처럼 드리블하고 포워드처럼 덩크한다. 아직 신인이라 야투율이 39.5%에 불과한 것은 단점이다. 하지만 그는 경기 당 하나씩 3점슛까지 구사할 정도로 슛 거리가 길다. ‘키 큰 선수는 무조건 골밑에 박아둬야 한다’는 인식이 강한 한국 지도자들에게 스테판 커리 못지않은 ‘문화충격’이다.
[동영상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LTBbvDB8qM
뉴욕 팬들과 언론은 언제 비판했냐는 듯 ‘올해 드래프트 최고의 이변은 포르징기스’라며 그의 활약을 반기고 있다. 포르징기스는 3일 샌안토니오전에서 24분 동안 13점, 14리바운드를 기록했다. 그는 골밑에서 슛하고 내려오던 카멜로 앤서니에게 깔려 목 부상을 당했다. 유망주가 다쳐서 고통스러워하자 홈팬들이 엄청 걱정을 했다. 불과 데뷔 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포르징기스는 가장 사랑받는 뉴욕 선수가 됐다.
데릭 피셔 뉴욕 감독은 “팬들이 우리 팀 스카우팅 부서에게 감사해야 할 것이다. 포르징기스는 믿기 어려운 신체능력에 터프함까지 갖췄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강한 의지는 잘 보지 못하는 부분”이라며 농담을 했다.
피셔는 “포르징기스는 아직 공격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포스트 게임을 제대로 배운 적도 없는 선수다. 슈팅도 더 다듬어야 한다. 그가 제대로 배웠을 때 얼마나 더 잘할 지 상상할 수 있겠느냐”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에이스 카멜로 앤서니는 “난 그를 ‘괴물’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221cm의 키에 슛까지 자유자재로 쏜다. 요즘에는 리바운드 10개 잡는 것이 정말 쉬워 보인다. 포르징기스는 정말 잘할 것”이라며 신인을 격려했다.
포르징기스는 “모든 경기에서 비슷한 성적을 내고 있다. 꾸준함을 유지하고 싶다. 물론 기록을 좀 더 올리고 싶다.(웃음) 물론 잘할 때도 있고, 못할 때도 있겠지만 똑같은 에너지와 집중력으로 경기에 임할 것이다. 그것이 올 시즌 내 목표”라며 정신적인 성숙함까지 자랑했다. 
2012년 ‘린새니티’ 열풍을 일으켰던 제레미 린 이후 이렇게 주목 받는 닉스 선수는 없었다. NBA는 지금 포르징기스 열풍이다.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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