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중심의 진보.’ ‘정중하고 깊이 있는 우아함.’ 현대자동차가 럭셔리 브랜드로 새롭게 론칭한 ‘제네시스’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 ‘EQ900’를 설명한 문구들이다. 수식이 상당히 추상적이다. 그 이유를 알만했다.
현대자동차는 10일 국내외 자동차 담당 기자들을 경기도 화성에 있는 남양연구소로 불러 ‘EQ900’을 공개했다. 사진이나 영상 촬영은 철저히 통제 됐다. 오로지 눈과 손으로 느끼는 것만 허용 됐다.
그런데 사진 촬영을 금지한 것이 공식 출시일 이전, 디자인 유출을 막기 위함이라면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될 법했다. ‘제네시스 EQ900’은 더 이상 외면의 성장에 몰두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의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의 디자인 원형은 지난 2013년 출시 된 2세대 제네시스의 그것을 철저히 따랐다. ‘EQ900’을 비롯해 향후 출시 될 제네시스 시리즈들은 사이즈와 용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디자인 원형’은 ‘2세대 제네시스’와 궤를 같이하기로 했다.
10일 남양연구소에서 공개 된 ‘EQ900’이 제네시스 디자인 DNA를 계승한 첫 번째 사례였다. 어떻게 디자인 됐나를 궁금해 할 필요가 없었다. ‘2세대 제네시스’에 비해 어떤 부분이 진화했는지만 체크하면 됐다.
사실 ‘디자인 원형’을 정하는 게 힘든 일이다. 원형이 정해지고 나면 그 다음 단계는 일사천리다. 차급에 따라 사이즈를 정하고, 정체성을 결정할 몇 가지 요소를 정하면 된다.
더 어려운 과제는 내면을 어떻게 성장시킬 것인가 이다. ‘EQ900’를 두고 ‘정중하고 깊이 있는 우아함’이라고 표현한 배경이 설명이 됐다.
미디어 프리뷰에서 현대자동차 양웅철 부회장은 “기존 제네시스에서 검증 된 균형잡힌 주행성능에 고객의 안전과 편의를 위한 혁신적인 기술을 집약했고 소음과 진동을 차단하는 등 내면의 만족도를 채운 신개념 럭셔리 차량이다”고 ‘EQ900’을 소개했다.
또한 “아무리 아름다운 디자인이라고 하더라고 고객에게 불편을 줄 수 있는 요소라면 과감히 변경하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초대형 세단”이라고도 했다.
디자인에서는 ‘정중동(靜中動)’을 추구했다. 제네시스의 디자인 원형에 ‘EQ900’ 고유의 자신감을 드러내는 요소가 가미됐다. 어려운 표현이기는 하지만 ‘절제 된 아름다움’이라고 할 만하다. 캐릭터 라인도 물 흐르듯 부드럽게 흐르다가 후면부에서 가볍게 떨어진다.
전면부는 제네시스의 그것과 많이 닮았지만 무게감은 한결 높아 보였다. 후면부는 측면의 우아함이 마무리 되는 공간으로 장식했는데, 테일램프를 수평이 아닌, 수직의 조명 라인으로 꾸며 캐릭터 라인과 화룡점정이 되게 했다.
실내는 기존의 어떤 국내 차들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럭셔리 함이 가득했다. 센터페시아의 디자인에서부터 우드트림, 시트 질감, 음향 시스템까지 요소요소에 최고급이 적용 됐다.

정숙성을 위한 노력도 눈길을 끌었다. ‘EQ900’ 개발팀은 우리나라 도로의 과속방지턱에 특히 주목했다.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고속도로가 있고, 골목길과 오프로드가 있지만 과속 방지턱만은 매우 한국적인 도로 여건이라는 설명이다. 도로의 둔턱과 교량의 이음새, 각종 험로가 ‘EQ900’ 개발의 테스트 환경이 됐다.
현대자동차에서 시험 고성능차를 담당하고 있는 알버트 비어만 부사장은 “국내 주행 환경에서 동급 경쟁차를 능가하는 성능을 구현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비어만 부사장은 “한국에 온 지 이제 8개월이 됐지만 그 사이 엄청난 수의 과속 방지턱을 경험했다. ‘EQ900’이 과속 방지턱의 달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도로 상황에 최적화 된 결과물을 ‘EQ900’이라고 칭하며 “어떤 환경에서도 완벽한 퍼포먼스를 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제네시스의 탁월한 퍼포먼스에 최고급 럭셔리 세단의 편의성을 갖춘 차라는 자랑을 듣고 보니 경쟁 상대가 궁금해진다.
현대자동차 중대형 PM 센터장인 황정렬 전무는 이에 대해 “우리 나라 고객의 까다로운 요구사항에 맞춰 개발한 차라 사실 딴 브랜드와 직접 배교를 안 해봤다. 굳이 따진다면 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 아우디 A8, 렉서스 등이 되겠지만 한국의 도로상황, 한국 소비자가 만족하는 차라면 세계에서도 통한다는 신념 아래 이 차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100c@osen.co.kr
[사진] ‘EQ900’의 외관 렌더링 이미지. /현대자동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