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제2의 김태술이 아닌 김기윤으로 기억되고 싶다.”
2년차 가드 김기윤(23, KGC)이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었다.
안양 KGC인삼공사는 10일 오후 안양체육관에서 개최된 2015-2016 KCC 프로농구 3라운드서 전주 KCC를 92-86으로 눌렀다. 12승 8패가 된 단독 3위 KGC는 2위 모비스(12승 7패)를 반 경기 차로 추격했다. 반면 11승 8패의 KCC는 공동 3위서 4위로 밀렸다.

김승기 감독대행은 김기윤과 김윤태를 깜짝 선발로 기용했다. 젊고 체력이 왕성한 선수들에게 김태술과 전태풍의 밀착수비를 시킬 작전이었다. 적중했다. 파울을 불사하고 덤비는 어린 선수들의 혈기에 30대 형들이 당황했다. 김기윤은 그렇게 임무를 완수하고 벤치로 향했다.
그런데 김기윤은 김승기 대행이 지시한 것 이상을 해냈다. 공격에도 적극적으로 나선 김기윤은 전반에만 13점을 올렸다. 5개를 시도한 2점슛은 모두 적중됐다. KCC가 역전에 성공한 3쿼터 김기윤은 다시 분위기를 가져오는 3점슛을 넣었다. 4쿼터에도 다시 한 번 김기윤의 3점슛이 불을 뿜었다. 이날 김기윤은 21점, 3점슛 3방으로 자신의 프로최다득점 기록을 갈아치웠다.
경기 후 만난 김기윤은 수훈선수로 인터뷰장에 들어오는 것 자체를 낯설어했다. 그는 “처음 들어간 멤버로 밀리지 않게 잘 싸워줘서 좋은 결과가 있었다. 난 아직 무조건 들어가면 열심히 한다는 생각으로 뛴다. 경기 내용에서 깊숙하게 말하기는 그렇다”며 멋쩍어했다.
프로최다득점을 올렸다는 사실도 잘 몰랐다. 김기윤은 “득점 기록에 연연하지 않는다. 끝나고 보니 많이 넣긴 넣은 것 같다. 기분 좋은 날이다. 내가 공격적으로 했다기보다 상대방이 보기에 내가 벤치멤버고 2년차라 적극적으로 못할 줄 알았을 것이다. 그것을 역이용한 것이 주효했다”고 당차게 대답했다.
옆에서 듣던 양희종은 “그렇게 많이 넣었어?”라며 웃었다. 양희종은 “김기윤이 슈팅능력이 상당히 좋다. 팀에서 넘버3 안에 들 정도다. 패스나 개인기나 좋다. 파워가 조금 약해서 밀리는 경향만 보완하면 충분히 (김)태술이와 1대1로 해도 무방하다”며 절친 김태술보다 아끼는 후배를 챙겼다.

김기윤에게는 잊지 못할 날이었다. 김기윤은 김태술의 연세대 직속후배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플레이스타일은 물론 곱상한 외모까지 판박이라는 평이 많았다. 김기윤이라는 이름 대신 ‘제2의 김태술’이란 수식어가 먼저 붙었다. 공교롭게 KGC는 김태술이 FA로 이적하자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지난 시즌 신인 김기윤을 지명했다. 대단한 운명이다.
김태술 앞에서의 맹활약에 김기윤은 “어릴 때 중고대학까지 태술이 형 영상도 많이 보고 좋은 것만 캐치하려고 노력했다. 작년에 한 번 부딪쳐보고 이번 시즌 ‘제2의 김태술’이란 수식어를 지우고 싶었다. 태술이 형과 할 때 더 열심히 했다”고 고백했다.
김기윤이 신인 티를 벗고 일취월장하는데 ‘터보가드’ 김승기 감독대행의 지도가 컸다. 김승기 감독대행은 “김기윤이 까지 터져줘서 이겼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양희종은 “(김)기윤이가 혼나는 걸 옆에서 보면 불쌍할 정도였다”고 거들었다.
김기윤은 “비시즌에 희종이형과 운동하며 남모르게 희종이형의 수비를 몰래 보고 노트에도 적고 그랬다. 끝까지 안하고 쉽게 한다고 욕을 먹었다. 감독님께 ‘농구를 재수 없게 한다’는 말도 들었다. 그때 많이 힘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약이 됐다. 하하”면서 웃었다.
지난 시즌 3.6점, 1.6어시스트를 올렸던 김기윤은 올 시즌 8.5점, 3.1어시스트로 기록이 두 배로 뛰었다. 출장시간이 24분으로 두 배 가량 늘어난 이유를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기량발전상 후보에 이제 김기윤의 이름도 추가해야 할 것 같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안양=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