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 김선형, "다시 시작겠습니다" ①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5.11.11 05: 59

쉼없이 달려왔다. 하지만 결국 쓰러지고 말았다. 철없던 시절 했던 일들에 대해 후회가 가득하다. 대학시절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지루한 시간을 채우기 위해서였다.
프로에 와서 자진신고 했다. 이미 2차례나 실시했다. 당시 담당관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변명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그저 잘못된 것을 바로 잡고 싶었고 결국 성실히 조사에 임했다.
결국 김선형은 기소 유예 처분을 받았다. 잘못은 있지만 법적인 책임은 묻지 않겠다는 말이다. KBL은 그에게 20경기 출전 정지 처분을 내렸다. 김선형은 2011년 프로 선수가 아닌 대학 소속의 아마추어 선수로 문제를 일으켰다. 하지만 당시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르면 불법베팅사이트를 운영한 자는 위법이지만 베팅을 한 사람은 징계 대상이 아니었다. 결국 김선형은 국민체육진흥법 위반이 아닌 상습도박죄 혐의가 적용됐다.

김선형은 KBL로 부터 출전 정지와 함께 120시간의 봉사활동 처분도 받았다. KBL은 이번 사건과 관련된 선수들에게 다음 시즌이 시작되기 전 봉사활동을 마치면 된다는 처분을 내렸다.
국가대표로 이름을 올렸던 김선형은 차분히 준비했다. 경기 나서겠다는 강한 의지 보다는 기회가 온다면 준비하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KBL의 처분이 나오자 바로 봉사활동을 실시했다.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처리하고 나오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그 결과 구단도 발빠르게 움직였다. 클럽 하우스가 있는 경기도 양지 부근의 몇 군데를 찾았다. 하지만 가장 도움이 될 수 있는 곳으로 찾아갔다. 중증장애인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는 SK와 김선형을 따뜻하게 맞았다. 갑작스런 방문에 시설 관계자들은 색안경을 끼고 바라봤다. 하지만 첫 날부터 구단 관계자들이 자리를 비웠던 시간에도 성실히 하는 김선형의 모습에 이내 한 가족이 됐다.
10일 오전에도 김선형은 김장을 했다. 총각김치를 담그기 위해 무를 닦았고 양파와 쪽파를 다듬었다. 또 새우젓에 버무렸다. 시설 관계자들은 서스럼없이 김선형에게 일을 시켰고 그도 묵묵히 일을 실시했다.
잠시 허리를 편 순간 김선형은 "정말 죄송합니다. 다른 말씀은 드릴 말이 없습니다. 모두 제 잘못이고 불찰입니다. 그래서 특별히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일부러 찾아 오시지 않아도 되는데..."라고 말했다.
김선형은 이번 판결로 인해 여러가지를 잃었다. 가장 큰 것은 농구팬들과의 약속이었다. 깨끗한 이미지였던 김선형이 상습도박이라는 것은 분명 큰 타격이었다. 승부조작은 아니지만 불법토토를 실시했던 것은 정말 잊고 싶은 기억이었다.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김선형은 조금이나마 팬들에게 죄송스러움을 갚기 위해 노력했다.
"물론 물이 엎어진 상황에서 믿어달라는 말씀을 드리기가 어렵습니다. 무조건 제가 잘못한 것이니까요. 그런데 이 곳에서 봉사활동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몸을 움직이기 어려운 분들이 많으신데 자원 봉사하시는 분들 뿐만 아니라 일하시는 분들도 최선을 다하고 있으십니다.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모두 열심히 하세요. 그래서 더 농구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있습니다.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여기서 일하시는 분들은 자신의 장점을 다른 분들을 도와드리는 것이고 저는 농구만 생각하고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봉사활동으로 인해 일하고 있지만 더 배운 것이 크다. 단순히 몸을 쓰는 것만 하는 것이 아니다. 지난주에는 시설에서 생활하는 이들과 문경새재를 다녀왔다. 몸이 불편한 분들을을 도와서 함께 길을 걸었다. 그렇게 길을 걸으면서 다시 생각하게 됐다.
"정말 오랜만에 고개를 들고 경치를 봤습니다. 농구를 할 때는 매번 체육관과 숙소만 있었는데 시간이 생기면서 주변을 보니 정말 기분 좋더라구요. 그래서 다시 노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인 욕심이겠지만 이번에 봉사활동을 하면서 많이 배우는 것 같습니다. 무엇을 배운다고 정확하게 말하기는 어렵지만 마음이 깨끗해 지는 것 같습니다".
어느 새 시설 관계자들과 친분이 두터워졌다. 김선형이 진정성을 가지지 않았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터. 물론 봉사활동을 마친 뒤에는 훈련도 빼먹지 않는다. 이날도 김선형은 아침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일을 하고 숙소로 돌아가 훈련에 참가했다. 복귀를 위한 준비다. 봉사활동 뿐만 아니라 훈련도 열심히 하고 있다.
"숙소 이모들도 안타까워 하시더라구요. 저도 정말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몸을 착실히 만들었습니다. 봉사활동을 하고 난 뒤에는 무조건 훈련을 합니다. 언제든지 경기에 나서게 되면 바로 적응하기 위해서입니다. 다시 기회가 와서 정말 다행입니다.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그리고 더 고맙습니다. 앞으로 더 농구 잘하고 싶습니다". / 10bird@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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