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이냐 황정음이냐, MBC 연기대상 행복한 고민 [시상식 커밍순②]
OSEN 박진영 기자
발행 2015.11.11 13: 40

한 해 동안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를 되짚어 보는 동시에 배우와 제작진의 공로를 치하하는 연말 시상식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이 시상식에는 드라마를 통해서가 아니면 쉽게 볼 수 없는 주조연 배우들이 대거 모이기 때문에 대중들의 관심은 높을 수밖에 없다. 특히나 대상 수상자는 시상식의 백미라 할 수 있어 높은 시청률을 얻은 드라마 속 연기 잘하는 주연 배우들은 대상 후보자로 벌써부터 화두에 오르고 있다.
방송 3사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건 MBC다. 올 초 7인의 인격을 가진 캐릭터가 등장하는 ‘킬미, 힐미’로 시청자들의 마음에 불을 지피더니 주근깨, 폭탄머리 그녀가 중심이 된 ‘그녀는 예뻤다’로 연말 안방극장에 가슴 따뜻한 설렘을 선사한 것. 두 드라마 모두 출연 배우들의 일거수일투족이 화제가 됐을 뿐 아니라 극 중 명대사, 명장면을 양산하며 신드롬 급의 인기를 누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기 대상의 유력 후보도 이 두 드라마의 주연으로 압축되는 건 당연한 일. 그런데 여기서 MBC는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킬미, 힐미’에서 1인 7역이라는 전무후무한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한 지성의 손을 들어주자니 ‘킬미, 힐미’는 물론 ‘그녀는 예뻤다’까지, 두 작품을 성공으로 이끈 황정음이 눈에 밟히기 때문. 그야말로 행복한 고민이 아닐 수 없다.

◆ 지성 - 기억해, 우리가 지성에게 반한 시간
‘킬미, 힐미’의 흥행은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의외의 결과였다. 7개의 인격을 연기해야 하는 만큼 어려움이 큰 작품이라 알려진 ‘킬미, 힐미’는 지성을 만나기까지 꽤 많은 남자 배우들의 손을 타야만 했다. 하지만 지성과 황정음이 주연 배우로 낙점이 되는 순간, 의외로 촬영은 순탄하게, 또 일사천리로 진행이 됐다. 아무래도 지성과 황정음이 전작인 KBS 2TV ‘비밀’을 통해 한 차례 호흡을 맞춘 것이 큰 힘이 됐던 것으로 예상된다.
지성은 그야말로 신들린 연기를 보여줬다. 다중인격장애를 가진 재벌3세 차도현 역을 맡은 지성은 날개를 단 듯 훨훨 날아다녔다. 각 잡힌 바른 생활남 차도현을 시작으로 다크하고 거친 매력의 신세기, 여수 출신의 능글맞은 마초 페리박, 자살중독자 안요섭, 사생팬이자 트러블메이커인 안요나. 항상 곰인형을 안고 다니는 소녀 나나, 어린 시절 리진의 상상 속 친아빠인 의문의 인격 미스터엑스까지, 지성은 극과 극을 오가는 7가지 인격을 자유자재로 연기해내 안방극장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인격이 가진 사연도 제 각각. 이에 따라 지성은 손발이 오그라들 것 같은 말을 내뱉는 것은 물론, 사투리를 기반으로 한 코믹 연기, 눈물샘 자극하는 감정 연기,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는 제스처를 자주 하고 틴트 바르는 것이 일상인 여장 연기, 가슴 설레는 로맨스 연기 등 ‘종합선물세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복합적인 연기를 한 작품 안에서 모두 소화해 매 회 극찬을 얻었다. 이 덕분에 ‘기억해, 내가 너에게 반한 시간’이라는 명대사는 온갖 패러디에 활용이 됐으며, 요나가 사용하던 틴트 제품은 완판이 되는 기염을 누렸다.
보통 연기 대상 주인공은 하반기 드라마에서 주로 탄생하는 것이 방송계의 정설이건만, 지성만큼은 예외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드라마 대박과 득녀로 2015년을 그 어느 때보다 뜨겁고 행복하게 보냈던 지성이 대상 트로피를 거머쥐는 영예까지 안으며 함박웃음을 지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 황정음 -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믿보황’
황정음 역시 지성 못지 않게 2015년을 뜨겁게 보낸 주인공이다. ‘킬미, 힐미’에서 지성의 파트너로 활약했던 황정음은 하반기 ‘그녀는 예뻤다’를 만나 또 다시 대박을 터트렸다. 출연하는 드라마마다 괄목할만한 성적을 일궈내 ‘믿보황’(믿고 보는 황정음)이란 수식어를 얻은 황정음은 이번 ‘그녀는 예뻤다’를 통해 그 입지를 더욱 단단히 했다.
이미 ‘비밀’과 ‘끝없는 사랑’을 통해 정극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시청자들에게 큰 믿음을 심어줬던 황정음은 ‘킬미, 힐미’로 ‘로코퀸’ 자리를 공고히 하더니 ‘그녀는 예뻤다’로 연기 인생에 화룡정점을 찍었다.
황정음이 연기한 김혜진은 성장하면서 못생기게 역변을 한 인물이다. 주근깨에 폭탄머리가 트레이드 마크이며, 패션 센스 역시 엉망이다. 그러나 세상 그 누구보다 아름다운 내면을 가지고 있다.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고, 어른을 공경할 줄 알며, 진심을 다해 상대를 위로할 줄 아는 정말 예쁜 사람이다. 외모나 스펙 등으로 상대를 평가하고, 또 평가 받는 세상에 일침을 가하며 시청자들에게 큰 울림을 전하고 있다.
황정음은 이 김혜진을 연기하기 위해 그 어떤 망가짐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여배우인지라 누구보다 예뻐 보이고 싶은 욕심도 있을텐데, 황정음은 과감하게 주근깨와 폭탄머리를 장착한 채 연기력 하나로 대중들의 마음을 완벽히 사로잡았다. 황정음에게 찬사가 쏟아지는 건 이 때문이다. 이제 황정음 아닌 김혜진은 상상할 수가 없고, 지성과 어깨를 나란히 할 강력한 연기 대상 후보로 자리매김했다.
지성과 황정음. 두 사람 중 그 누가 대상 수상자가 되어도 이견이 없는 상황. 물론 제 3의 인물이 대상 트로피를 품에 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과연 행복한 고민에 빠진 MBC는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지, 다가올 12월 30일이 기다려진다. /parkjy@osen.co.kr
[사진] 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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