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은 요즘 바쁘다. 우승을 하면 감독은 유니폼 대신 양복을 입고 갈 곳이 많아진다. 김 감독 역시 예외는 아니다.
지난 10일 만난 김 감독은 "아침부터 구두 신고 다니느라 힘들다. 몸무게가 원래 82~95kg 사이인데 90kg를 넘겼다. 아들이 날 보고 자기도 다이어트하겠다고 하더라. 아들은 95kg 정도는 된다"는 말로 근황을 전했다. 최근에는 통풍 때문에 걷기도 조금 불편하다. 주된 원인은 스트레스로 인한 과식이었다.
시즌을 돌아보며 김 감독은 "정말 스트레스가 심했다. (원정 경기 때) 숙소에 있을 때도 답답해서 매니저랑 둘이 볶음밥을 2개 시켜서 먹곤 했다. 그래서 찐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 미야자키에서 진행되고 있는 마무리훈련에도 13일에 합류하려는 계획이었지만 15일에 가는 것으로 수정했다.

참으려 했던 통증은 생각보다 컸다. "3~4일 전부터 통풍 신호가 있었다. 처음엔 구두를 안 신다가 신어서 그런 줄 알았다. 참으려고 했는데 최근에 개를 보러 농장에 갔다가 술을 먹고 나니 더 욱신욱신했다. 결국 다음날 아침 7시 30분에 트레이너한테 바로 전화했다"는 것이 김 감독의 설명이다.
포스트시즌을 되돌아보기 시작하자 10월에 꿨던 꿈도 화제가 됐다. 두산은 프런트 직원들도 미신에까지 집착할 정도로 우승에 대한 열망이 강했다. 승리한 날 먹었던 햄버거를 계속 먹은 것, 일부 직원이 회식을 한 다음날 승리하자 똑같은 멤버로 다시 회식을 했던 것 등은 이미 유명한 일화다. 이외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징크스가 있었다. 김승영 사장은 기자와 악수를 하면 팀이 이긴다며 자주 악수를 청했다. 악수를 하지 않았던 날 공교롭게 패하면서 김 사장의 믿음은 더 강해졌다.
김 감독이 기억하는 포스트시즌 기간 첫 꿈은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 전날에 있었다. 김 감독은 "로메로가 꿈에 나와서 내보내주면 잘 치겠다고 했다. 그래서 점심에 매니저를 불러 로메로를 쓸 상황이 아닌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2-9까지 뒤지자 개꿈이라 생각했는데 거기서 역전승을 하더라"고 회상했다. 로메로는 2루타 1개 포함 3타수 2안타 1타점으로 11-9 승리에 기여했다.
우승 직전에도 꿈을 꿨다. "한국시리즈 5차전 전날에도 꿨는데, 우승 꿈이 아니라 연예인이 꿈이었다. 배우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상황이었다. 무슨 꿈인가 생각하다 야구장에 나와서 고영민 몸 상태를 알아보라고 했다"고 말하며 김 감독은 웃었다. 두 명의 배우를 1루수로 연결시킨 것이다. 야구에 대한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 차 있었기에 가능한 발상이었다.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고영민은 3회말 좌중간에 떨어지는 안타로 2타점을 올렸고, 재치 있는 주루로 홈을 밟아 김 감독을 흐뭇하게 했다. 두산은 13-2로 이겨 우승을 확정지었다. 두 번의 꿈은 그의 해몽을 거친 뒤 모두 승리로 이어졌다.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넘길 수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길몽이 됐다.
'점쟁이 이야기'도 화제였다. 한 팬이 인터넷에 올린 글이 시작이었는데, 한 점술가를 찾아가 한국시리즈 결과를 미리 들은 이야기였다. 원문에 따르면 이 점술가는 두산이 1패 후 4연승을 하는 것도 예측했고, 경기 내용도 거의 맞혔다. 4차전에서는 팬들의 미움을 받기도 했던 선수가 일을 낸다고 했고, 5차전은 초반부터 우승 분위기가 되며 5회 이전에 삼성이 경기를 포기하게 될 것이라는 것도 적중시켰다.
김 감독도 이 이야기를 잘 알고 있었다. 김 감독은 "점쟁이 얘기가 나왔을 때 성흔이가 4차전에 자기가 크게 한 건 할 것 같다고 하더라. 그래서 '너 안 쓸 건데?'라고 답해줬다"며 주위를 웃겼다. 매일 긴박한 경기를 하는 한국시리즈를 치르면서도 감독과 선수가 이런 농담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는 쉽지 않다. 이 여유는 분명 두산 우승의 원동력이었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