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극장가는 한겨울 강 추위보다 더 춥다. 추석 대목은 이미 지났고, 학교들이 일제히 방학에 들어갈 연말이 아직 멀기만 한 애매한 시기이기 때문. 그런 11월 비수기 극장가를 후끈하게 데우는 영화가 있다. 바로 강동원 신드롬을 낳은 ‘검은 사제들’이다.
‘검은 사제들’은 교통사고 이후 의문의 증상에 시달리는 소녀와 그 소녀를 구하기 위한 두 사제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핫스타 강동원이 끌고 믿고 보는 김윤석이 미는 영화지만, 비수기인 11월에 개봉했다는 점과 비주류 장르인 엑소시즘 심령물을 다뤘다는 점에서 흥행에 불리한 점이 많았다. 때문에 개봉 시기를 달리 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들었던 것이 사실.
그러나 그야말로 흥행 광풍을 불러일으켰다. 이 영화의 흥행은 개봉 전날인 지난 4일 강동원이 JTBC ‘뉴스룸’에 출연하면서부터 슬슬 조짐이 보였다.

마침내 베일을 벗은 지난 5일부터 ‘검은 사제들’은 단 한 번도 박스오피스 1위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개봉 첫날 18만 9994명을 동원하며 누적관객수 19만 7578명이라는 놀라운 수치로 스타트를 끊더니 100만 관객 돌파는 개봉 3일 만에 이뤄졌다. 사실상 11일인 오늘 안에 200만 관객 돌파가 유력시되고 있다.
심지어 ‘검은 사제들’은 일주일 안에서도 관객들이 가장 적은 월요일인 지난 9일에도 18만 명을 동원했다. 이날 5위권 내 영화들은 만 명 정도를 동원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성적이다.
이 같은 성적은 비수기인 11월에 이뤄졌기 때문에 더욱 놀랍다. ‘검은 사제들’이 개봉하기 전까지 박스오피스 1위와 2위의 차이는 2만여 명 정도. 그러나 개봉 후 그 차이는 크게는 51만여 명까지 벌어졌다.
‘검은 사제들’이 압도적인 차이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는 점은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다른 외부적 요건이 아니더라도 배우의 힘과 작품의 퀄리티만으로도 흥행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만약 ‘검은 사제들’이 아니었다면 11월의 전체 관객 파이 자체가 작았을 터. ‘검은 사제들’의 흥행 덕분에 11월의 극장은 여느 달 못지않게 뜨겁다. / besodam@osen.co.kr
[사진] '검은 사제들' 포스터.